이재명 대표 "횡재세 거둬 취약계층 난방비 보조해야"
정유업계 "난방비를 왜 우리에게", 정부 "검토 안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물가지원금'을 제안하면서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물가지원금'을 제안하면서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투뉴스] 최근 치솟은 난방비에 대한 대책으로 횡재세가 언급되면서 정유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탄'과 관련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난방비는 정유사의 사업영역과 무관한 만큼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거센 상황이다.

31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난방비와 전기료 폭탄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뿐 아니라 중산층 모두가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해 이윤을 많이 낸 석유정제사업자에게 부담금을 징수해 난방비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사에게 별도의 세금을 거둬 국민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김 정책위의장은 "고유가 과정에서 이익을 본 정유사에 대한 부담금 혹은 자발적 기금을 가급적 빨리 만들어줄 것을 요청한다. 지금 상황에서도 정부가 나 몰라라 하면 그때는 별도의 횡재세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횡재세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면서 서민 부담에 가중되자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고유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사의 성적표도 이를 뒷받침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유럽 각국은 이미 횡재세를 도입했다"는 것을 주된 논거로 정유사를 몰아세웠고, 그 결과 작년 한해에만 횡재세법(법인세 개정안)이 3개나 발의됐다.

하지만 정유사가 반박하는 '형평성' 논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거기에 기름값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횡재세 도입론은 곧장 수그러졌다.  소관 상임위에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횡재세 논란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최근 난방비 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횡재세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에서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물가지원금을 정부에 제안하면서 "이번 과정에서 재원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나 경제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난방비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었는데, 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민주당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재원들을 동원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1야당이 횡재세 도입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대해 뜻이 없음을 여러번 밝힌 바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난방비 상승에 대한 책임을 왜 정유사가 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정유업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유통하는 업종이다. 난방비 폭등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면 한전이나 가스공사 쪽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 차라리 말은 된다. 더군다나 국내 정유4사는 사기업이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횡재세 얘기가 거론됐을 때도 논리적 근거가 미미했는데, 난방비 폭탄과 정유사를 연결시키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질타했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에너지바우처를 대폭 확대하는 등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유사 수익을 가져가는 것도 결국 시장 형태를 흔드는 것이다. 횡재세를 걷게 되면 이는 반드시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난방비 상승에 대한 책임을 왜 우리에게 묻는지 모르겠다"면서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은 틀렸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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