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기술 보유 기업의 생산시설 인허가 전폭 지원

[이투뉴스] 유럽연합(EU) 위원회가 녹색기술 분야의 경쟁력 확보와 미·중 보조금 정책에 대항해 ‘그린딜 산업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청정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의 유럽내 생산시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EU 집행부는 기후목표와 관련된 핵심기술 제조사들에게 빠른 인·허가를 제공하는 ‘넷제로 산업법’도 만들기로 했다. 탄소포집저장,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생산시설, 배터리 등이 주요 대상 산업이 될 예정이다.

브뤼셀은 지난해 이미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허가 과정과 규제를 단순화 한 바 있다. 2일 주요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EU는 2030년까지 특정 녹색 기술들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략적 청정기술 사업을 규정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잠재적으로 지속 가능한 또는 ‘배출제로’ 제품으로 간주 가능한 품목에 대해 EU 전체의 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EU 위원회는 27개 회원국이 재생에너지 또는 탈탄소 산업에 투자하도록 2025년말까지 국가 원조 규칙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프랑스는 ‘유럽산 구매법’과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유럽 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EU의 모든 국가들이 프랑스나 독일과 동일한 범위에서 보조금을 제공할 수 없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주요 자금은 8000억 유로 상당의 EU 팬데믹 복구 기금에서 남은 2250억 유로 대출과 200억 유로 보조금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장기적으로 위원회는 신흥기술에 투자하기 위한 ‘유럽 국부 기금’을 만들 것을 제한할 예정이다. 

2019년 기준 EU 녹색산업 고용자는 450만명이다. 2000년에는 320만명으로 집계된 바 있으며, 2025년까지 80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EU는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노동력을 재훈련시키기 위해 자동차 및 농식품 분야를 포함한 14개 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EU 기금은 직업 훈련 등에도 사용될 수 있게 했다. 

위원회는 기술과 일자리 목표를 설정하고 EU 전역과 제3국의 근무자 자격 인정을 확대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부는 원자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신규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무역 개방성을 갖는 것이 녹색 기술을 선도하는 EU의 위치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U 위원회는 칠레와 멕시코, 뉴질랜드, 메르코수스 등과 체결한 것과 같이 무역 협정을 늘리고 호주와 무역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미국 무역기술위원회와 청정 기술 및 원자재에 대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파트너들과 동맹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동시에 해외 보조금에 대한 EU의 법 활용을 추진하고, 중국 등 비시장 경제권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파악하고 해소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EU의 그린딜 산업 계획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여 녹색 기술 제품의 제조 허브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대응 방안으로 제시됐다. 

EU 국가들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미국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IRA의 보조금 정책이 유럽의 청정 기술 기업들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세금 감면 혜택이 자국 제품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경우 7500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지만, 차량 배터리 부품 가치의 최소 절반이 미국 내에서 제조되어야만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EU 국가들은 이 조항이 세계무역기구의 기본적인 비차별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의하면, 프랑스 재무장관은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의 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유럽 회사들은 미국으로 회사를 이전하거나 공장을 세우는 등으로 투자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유럽 정치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보조금 계획에 포함된 캐나다, 멕시코와 동등한 대우를 원하고 있으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의 법 개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위원회는 미 재무부가 발표할 이행 지침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12월 재무부가 북미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하면서다. 미 재무부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전기차에 대한 세부 지침을 오는 3월 공개할 예정이다. 

유럽 위원회와 백악관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EU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지 않지만 통상 및 기술 이사회에서 무역 문제들을 정기적으로 논의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발생한 무역 긴장을 다시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유럽연합 측이 WTO에서 미국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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