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탄소감축 계획도 철회 및 완화 비난 여론 비등

[이투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가스가격이 급등해 소위 떼돈을 번 석유메이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투자 등 기후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1993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BP와 셰브론, 엑손모빌, 셸, 토탈에너지 등이 대상이다. 

9일 <CNN> 등의 외신보도를 보면, 토탈에너지를 비롯한 석유메이저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주주들도 큰 배당수익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재생에너지 투자 등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상황은 코로나 전·후로 급반전했다. 에너지소비감소로 크게 위축됐다가 봉쇄 조치가 풀리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유가와 가스 가격이 상승해 수혜를 봤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도 앙등했다.

에너지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판매가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은 높은 에너지요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돕기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석유기업들이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엑손모빌의 경우 추가 세금 부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반기를 들었으나 세계 5대 석유가스 회사들이 주주들에게 건넨 배당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포상액 수준만 10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톰 엘라콧 우드맥킨지 기업 리서치 부사장은 “주주 분배에 있어 화려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토탈에너지는 11%, 엑손은 39% 주가가 급등해 주주들이 큰 이득을 올렸다. 셰브론 등 몇몇 회사들은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셰브론은 지난달 75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얼마 전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 한 회사는 경영진과 주주들에게 750억 달러를 나눠주는 등 이상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우드맥킨지에 의하면 주주보상과 비교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신규 탐사를 제외한 석유가스 투자액은 약 4700억 달러였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구평균기온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 투자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메이저들은 화석연료 자원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불과 3년 전 BP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을 2019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말을 바꿔 2030년 생산량이 약 25%만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30년 석유가스 탄소배출량을 감축 목표 35~40%를 20~30%로 하향 조정했다. 

BP는 2050년까지 배출제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자본예산 163억 달러 중 약 30%를 전환 사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유기 폐기물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회사를 인수하는데 사용했다. 

한편, 셸은 전체 자본 지출의 14%인 약 35억 달러를 발전과 수소생산, 탄소포집저장, 탄소배출권 거래 등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투자했다. 회사는 저탄소와 탄소중립사업에 지출한 금액은 자본 지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10억 달러로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셸은 정부 정책의 변화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본 배분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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