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업법 개정안 봇물속 현실화 회의론 고개
"한전 회계 분리하고 향후 건설계획과 연동해야"

▲수도권 도심과 연결된 송전선로 ⓒE2 DB
▲수도권 도심과 연결된 송전선로 ⓒE2 DB

[이투뉴스] 전력다소비지역의 자급률 제고와 분산에너지 확대 및 수요분산을 위해 전기요금과 송‧변전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부문별 회계분리와 망이용료(송‧배전이용료) 현실화를 전제하지 않은 요금차등화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아직 발전 측에 망이용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1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이달초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전사업자(한전) 및 전기판매사업자(한전)가 지역별로 전기설비 이용료와 전기료를 다르게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작년 11월 같은당 양이원영 의원도 전기판매사업자가 전기료 책정 시 발전소와 전기사용자의 거리 및 공급비용 등을 고려해 그 차이를 소매요금에 반영토록 하는 동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었다.

전력다소비지역과 대규모 발전소 입지 사이의 불일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나 발전소‧송전탑 주변 지역이나 수도권 등 대도시가 같은 요금을 내면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지역별 가격신호가 없어 수요 분산화도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관련부서도 전기요금 합리화란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 송‧배전 이용료 현실화 방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순서와 접근방식이다. 오래전부터 말만 무성했던 이 논의가 지금껏 왜 쳇바퀴만 돌렸는지 되짚어봐야 지역별 요금제 현실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꼽는 선결과제는 송‧배전비용에 대한 한전 내 회계분리다. 유일한 송전사업자이자 판매사업자인데다 국내 발전부문의 70%가량을 독점한 한전이 에너지(발전)-송전-배전-판매에 쓴 비용이 구체적으로 각각 얼마인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따로 송‧배전 비용을 부과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 제기다. 

당국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에너지요금 폭탄 논란 때 한전의 부문별 회계가 투명하게 분리 공개됐다면, 어떤 측면에서 비효율이 있었는지 만천하에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고 그로 인해 에너지비용 리스크가 엉뚱한 송‧배전으로 전가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 구조는 한전이 편의와 임의로 접속료를 차등하는 수준인데다 에너지비용 상승을 핑계로 송‧배전 투자를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법안의 경우 송전 제약만을 고려하고 있는데 고정비와 변동비를 감안하면 송전제약은 참조사항 수준이 될 수 있다”면서 “큰 틀에서 보지 않고 지엽적으로 접근하면 자칫 지역별 요금제를 한다면서 시장구조나 요금을 더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 회계분리와 함께 송‧배전이용료 현실화가 더 시급하다는 견해도 있다. 발전에 망이용료를 부과해야 발전소 입지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고, 지역별 요금 편차도 키워야 수요분산도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시장제도 설계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실현하려면 전 단계인 지역별 송전요금제와 지역별 배전요금제 시행 등 송‧배전요금제의 현실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원칙적으로 전기료는 건드리지 않고 전국 단일요금제를 적용하면서 분산에너지니 수요분산이 백날 외쳐봐야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력시장 측면에서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망이용요금을 향후 발전소·송전선로 건설계획과 연동시켜 책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수도권 화력발전기가 줄어 수도권으로 송전수요는 늘어나는데 송전망 건설은 어렵다. 지금대로라면 수도권 수요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전력거래소는 제주도처럼 재생에너지를 출력제한하고 수도권 화력발전기를 머스트런(Must-run)으로 돌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차례 논의에도 망이용료 부과와 지역별 요금제가 공전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정부와 정치권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기료도 정상화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가 과연 송·배전이용료를 현실화 하려고 하겠나. 발전소가 입지한 일부 지역구 의원은 찬성하겠지만,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면서 "이대로는 재생에너지 지역편중이나 수도권 데이터센터 쏠림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