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설날 이후 난방비 급등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난방비 급등의 직접적 원인인 도시가스 요금인상은 작년 10월에 있었다. 그런데 왜 3개월이나 지난 이제야 난리가 난 것일까? 요금은 10월에 올랐지만 본격적 난방이 시작된 12월 이후 큰 폭의 요금인상이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취사용 가스 사용량은 난방용에 비하여 크지 않다. 게다가 인덕션 등 취사용 전열기도 많이 보급되어서 취사용만으로는 요금인상의 충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12월의 도시가스 사용량 고지서가 나온 1월 들어서야 소비자의 비명이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난방비 폭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이다. 현물가격 시세로 MMBtu당 5달러에서 30달러로 약 6배 정도 인상되었다. 그나마 많이 낮아진 것이다. 한때는 70∼80달러 수준이었다.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고 천연가스를 비축하다 보니 미국산 셰일가스나 중동산 천연가스까지도 사들여서 우리가 구입하는 LNG 현물가격이 급등하였기 때문이다. 

작년의 천연가스 수입액은 568억달러로 그 전해 308억달러의 1.8배에 달한다. 이렇게 천연가스 수입액이 급증했는데도 소비자 요금은 문재인 정부에서 오르지 않아 가스공사가 9조원의 미수금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작년 4월 3%, 5월 8.4%, 7월 7%, 10월 15.9% 등 네 차례에 걸쳐 전년 대비 34.3%의 가스요금이 인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천연가스 수입량이 크게 늘어 가스공사 미수금이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탈원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서 천연가스 수입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천연가스 요금을 동결하여 미수금 해결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요금인상 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오를 것이 올랐으므로 미리 오르나 나중에 오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만큼 올려야 하는데 처음 3 올리고 나중에 4 올리는 것과 처음 4 올리고 나중에 3 올리는 것은 같은 것 아니냐며 이른바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르다. 원가를 정상적으로 제때 반영해서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격은 그 신호기능을 통해 자원이 최적으로 배분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난방비가 급등하자 신문과 인터넷 등에는 난방비를 절감하는 온갖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외출모드를 켜고 예약기능 사용 말 것, 가습기 켜 놓을 것, 배관 청소하고 보일러 난방수 교체하며 보일러 센서도 확인할 것, 커튼·뽁뽁이·문풍지·카펫을 사용할 것, 온수 사용 후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돌려놓을 것, 온수매트 사용할 것 등등 난방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모든 지혜와 방법이 다 동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난방비를 절감하는 다양한 절연재 및 건축방법이 신속하게 소개되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난방비 절감법을 보면서 왜 이런 내용이 진작에 알려지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로 가격신호에 따른 반응이다.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가격을 원가 수준에 맞추어 그때그때 반영하였더라면 사람들은 이에 맞춰 적응하였을 것이다. 이를 늦추고 공기업 부채나 재정적자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가격신호는 고장나게 되었고 소비자는 가스 소비를 줄이지 않게 되어 문제가 더 악화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다음 정권에 요금인상 폭탄을 돌리는 정치권의 오랜 고질병이 문제를 키웠다. 올바른 가격신호를 통해 소비자를 준비시키고 적절한 소비를 유도해 천연가스 도입량을 줄였더라면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와 함께 소비자 부담도 줄어들 수 있었다.

지난 정권에서 올리지 못한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의 후폭풍은 아직도 남아있다. 날씨가 풀리면 난방비 문제는 다소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한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가격신호가 정치적 고려 없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재 검토 중인 독립규제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