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과 속도 조절” 주문
연초 내놓은 에너지요금 현실·정상화 정책도 차질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투뉴스] 인상요인이 잔뜩 쌓여 있는 전기 및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요금이 또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뒤엉키고 있다. 앞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조에서 대통령이 나서 ‘속도조절’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공공요금을 짓누르는 인기위주의 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한 자리에서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에너지 요금 인상 속도 완화’ 기조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러 정책 노력으로 물가·금리 상승세가 꺾였지만 가파른 상승 여파로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 국민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고, 지방정부도 민생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회의가 끝난 후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전·가스공사 수익 악화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서민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늦추고, 동시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올해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계획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인상 폭도 상당 수준 낮아질 전망이다. 민수용 가스요금에 영향을 받는 지역난방에게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아울러 누적 인상요인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난도 더욱 길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정부의 에너지 요금 현실화 기조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간 누적된 인상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순차적인 전기·가스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난방비 폭탄’이라는 이슈가 터지자 정책 우선순위에서 요금 정책을 대거 후퇴한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이전 정권이 한전 및 가스공사 등의 에너지요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난방비 폭탄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더 이상 포퓰리즘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했던 점을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에너지요금 현실화를 늦추면 에너지산업 전체의 속병만 더 깊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난방비 폭탄 이슈에 밀려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포기하면 지금까지 비난해 왔던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게 뭐냐”면서 “지금은 취약계층은 지원하되 요금 정상화와 에너지 절약 및 효율 강화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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