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다른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대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와 더불어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크게 높여야 한다. 특히 변동성 재생에너지(VRE, Variable Renewable Energy)로 분류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비율이 현재의 약 7% 수준에서 2036년까지 30% 이상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이후에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이 비율은 계속 늘어나야 할 것이다.

한편 전력시스템의 안정적인 공급과 신뢰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과 시민들이 전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스스로 복구가 가능한 전력망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기뿐만 아니라 가스, 수도 등 많은 인프라가 전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첨단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생산 설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집된 지역에 발전설비들이 모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큰 주의가 요구된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에서 겪었듯이 정전에 의한 국가적 개인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며 사용자들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외국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전력 공급 신뢰도를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기술 발전과 혁신을 통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에너지 생산 가격은 꾸준히 낮아진 반면 국제 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건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력계통의 일원으로서 특히 주력 발전원으로서 태양광 풍력 발전의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비율이 아직 7%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재생발전원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도나 전남 등에서는 지역적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이 이미 15~20%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갑자기 탈락하면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더욱 늘어나야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전력 계통 수용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기에 대한 그리드 코드(계통연계 요건)는 전력계통에 접속하려는 모든 분산전원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예를 들어 계통에서 순간적인 저전압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시간동안은 풍력발전 단지가 탈락하지 않고 버티다가 사고 직후 빠르게 출력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요건이다. 이와 같은 지속 운전 기능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에 의존하여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요구조건이다. 해외에서도 오래전부터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그리드코드가 개발, 적용되어 왔으나 국내에서는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현재 이러한 성능을 보유한 재생발전기들만 계통 연계가 허용된다. 문제는 기 설치된 9GW가 넘는 태양광 발전소들이 전력계통의 이벤트에 대한 이러한 지속운전 기능이 없이 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 설치된 태양광 인버터들에 대해 성능 개선 작업을 최근에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필자는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기술적 기능 업그레이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발전사업자들은 이러한 성능 개선 작업에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 성능 업그레이드 작업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특히 사업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나 장비를 잘 준비하고 빠른 시간 안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성능 개선에 대한 시험평가는 분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다행히 국산 인버터는 성능 개선에 외산보다 협조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성능 업그레이드의 범위도 지속운전 성능뿐만 아니라 무효전력제어를 활용한 자동 과전압 방지 기능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태양광 풍력 설비들이 연계된 배전 선로의 전압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이며 이미 그리드 코드에 해당 기능 요구사항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드 코드가 모든 분산전원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필수 요구조건이라면 전력 시스템의 운영상 필요한 각종 부가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선택사항으로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기능을 갖춘 일부 사업자들이 전력계통 지원 부가 서비스를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부가 서비스의 사례로는 고속 주파수 제어 혹은 관성제어, 무효전력 주입 및 고조파 혹은 역상분 전압에 관한 보상 서비스 등을 들 수 있으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분산전원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출력단에 설치된 인버터는 최첨단 전력변환 기술의 성과물로서 계통의 상황에 따라 출력 특성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본격적인 대규모 설치에 따라 이제는 전력시스템에서 그 규모가 무시하지 못할 만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서비스 자원을 언제 얼마나 동원하여 시스템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것도 커다란 연구 과제이다. 게다가 이러한 재생에너지 발전 자원은 프로그램으로 그 특성을 조절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