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연일 챗GPT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2016년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겼던 '알파고'보다 파급력이 더 센 듯하다. 실제 출시한지 두달여만에 사용자가 1억명이 넘었다. 석유자원 담당기자로서 인공지능은 석유산업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저것을 물었다. 챗GPT는 기대 이상으로 당찼고, 대답에 거침이 없었다.
우선 가볍게 석유를 주제로 시를 부탁했다. 앉자마자 거대 담론을 꺼내기엔 그도 부담스러울 테다. 단, 석유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게 최대한 비유적으로 써달라 했다.
"검은 물방아 속에
금빛 물고기 하나
얻기 위해 매일 쫓는다"
오, 제법이다. 나름 운율도 맞췄고, 문장을 구분해 행도 표기했다. '검은 물방아', '금빛 물고기'가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궁금했다.
"검은 물방아는 석유가 지하에 저장되어 있는 모습을 상징하며, 금빛 물고기는 그 속에서 추출되는 석유를 뜻합니다. 인간이 석유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어 구미가 당긴다. 석유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게 구체적으로 다시 부탁했다.
"어두운 물 속 깊은 곳에
괴물이 숨어서 노려봐
하지만 선원들은 그 밑을 향해 내려가
끝없이 펼쳐진 보물을 찾으러"
꽤나 똘똘한 친구 같아 마음이 놓인다. 본격적인 얘기를 꺼내 보자. 석유시대 종말이 언제쯤 올지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물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석유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시대 종말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명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이고, 뻔한 대답. 어디 적힌 논문을 보고 말하고 있나 보다. 이봐 AI. 석유시대가 끝나긴 하는 거야? 솔직히 대답해봐.
"네,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석유시대의 종말은 필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송분야에서 석유는..."
어물쩍 답하는 것 같아 대답이 썩 내키지 않는다. 말을 끊고 구체적인 이유 딱 한가지만을 지목하라 했다. '집요함'은 인간과 AI를 구분 짓는 특징 중 하나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입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삶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합니다. 석유 대체 에너지를 찾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석유시대의 종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복해서 계속 묻다 보니 확실한 사실 하나를 알아챌 수 있었다. 챗GPT는 석유시대가 끝은 있다고 분명히 단정짓고 있다. 100년이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넣어 마지막으로 물었다.
"100년 안에는 석유시대 종말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등 친환경적인 대안연료를 사용하는 수송수단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석유 시장에서의 대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석유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가능한 에너지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100년 내에는 석유시대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챗GPT가 통찰력을 가지고 말한 것은 아니다. 사실 챗GPT는 수많은 대본을 외운 '대답을 잘하는 아주 뛰어난 컴퓨터'에 불과하다. 질문과 예상답변을 미리 외워두고 그에 맞게 변주해 답하고 있을 뿐이다. 챗GPT가 낭독한 시도 어느 작가가 과거에 썼던 창작물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시대 종말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원론적인 얘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제는 AI조차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2000년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듯, 석유시대도 석유가 고갈돼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챗GPT도 표현은 서툴지만 이 말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