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신뢰도협의회 열어 봄철운영방안 검토키로
초과전력 외부송전 제한 한빛원전 감발 불가피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단지 야경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단지 야경

[이투뉴스] 호남지역 소재 한빛원자력발전소(6GW)가 올봄부터 감발(減發)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이 지역에 들어선 약 9GW(사업용 기준)의 태양광발전소 때문이다. 원전과 태양광은 출력조절 속도가 매우 느리거나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다. 전력소비량이 감소하는 봄·가을과 주말에 두 전원이 동시에 전력을 생산하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호남~충청~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이용해 잉여전력을 내보내거나 다른 발전기 출력을 낮추는데도 한계가 있어 원전 감발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0원이어서 kWh당 6~7원씩 드는 원전보다 우선 가동된다.

12일 <이투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력당국은 조만간 신뢰도협의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포함된 봄철 태양광밀집지역 계통운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중 전력소비량은 가장 적고 태양광발전량은 가장 많은 봄철에 이 지역 발전기와 전력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결정하는 자리다. 호남은 21GW 안팎의 전국 사업용 태양광 가운데 42%가 몰려있는 곳이다. 여기에 서‧남해 유일 원전단지인 영광에서 1GW급 원전 6기가 운영되고 있다. 전기소비량이 얼마 안 되는 이 지역에서 초과생산 되는 전력을 모두 수도권으로 북송(北送)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호남~충청간 연계량 한계를 넘어서 현재로선 발전기 감발이 유일한 해법이다.

당국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감발을 최소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화력‧LNG 등 지역 내 발전기들의 가동을 최저치로 낮추고, 양수발전과 ESS처럼 유연성 전원을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또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FAST DR(소비량 자동조절 수요)을 운영하고, 계통 모선을 인위적으로 단절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태양광 출력 일부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워낙 초과발전량이 많아 일부 원전 감발이나 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실시공으로 장기간 멈춰 있던 한빛원전은 작년 말부터 줄줄이 재가동에 들어가 현재 6기 중 5기가 가동 중이다. 지난달 중순 정비를 시작한 한빛 5호기까지 내달 재가동하면 상황은 한층 심각해진다.

전력계통 여건을 지켜보고 있던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의 일부 원전감발은 전력소비량이 연중 가장 적을 때 단위기당 설비용량이 1GW를 초과하는 원전의 불시고장 공백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 원전이 정지할 경우, 한꺼번에 많은 공급량이 일시에 전력망에서 빠져나가면서 주파수가 급락하는 사태를 막기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감발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순증에 의한 것이라 기존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 관계자는 “당초 내년쯤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봤는데, 원전 조기 재가동으로 1년 정도 빨리 닥친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말 기준 국내 태양광 설비는 자가용을 포함 약 25GW로, 원전용량(24.5GW)을 근소하게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중수로 원전을 제외한 모든 원전이 출력감발에 동원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내 모든 원전은 고정출력운전을 기반으로 설계돼 기술적으로 부하추종운전이 어렵고 원전 안전규제도 출력조정 범위나 횟수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기존에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제시한 출력감발 한계는 설비량의 최대 20%, 연간 20여회 이내로 전해진다. 프랑스와 독일 원전은 애초 저속의 부하추종이나 주파수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우리와는 다르다. 한 당국자는 "원전을 감발하더라도 재생에너지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금방 다시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한전의 망보강도 필요하지만, 유연성 전원을 적기 확충하고 전력시장과 가격을 정상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원전감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정부는 원전 출력을 줄여 운영하는 경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발전기 타입별로 허용 횟수와 출력조절 속도, 출력조절 가능 범위 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10차 전력수급계획도 원전 이용률 감소를 감안해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계획대로라면 에너지 수급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지 관련기사 '원전 이미 출력감발, 늘릴수록 비용 더 유발' 참조)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동서발전 당진 회처리장 수상태양광발전소
▲동서발전 당진 회처리장 수상태양광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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