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7억배럴 정점찍고 하락세 전환
반면 휘발유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 기록

▲지난주 경기도 시흥시의 한 주유소.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지난주 경기도 시흥시의 한 주유소.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투뉴스] 국내 경유(수송용·산업용) 소비가 2019년을 기점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경유 소비량은 2019년 대비 800만배럴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연간 전체 경유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소비량을 기록했던 휘발유와 대비된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유 소비량은 1억6364만배럴로 전년대비 248만배럴 줄었다. 최근 10년간을 보면 경유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꺾였다. 2013년 1억4302만배럴에서 2019년 1억7180만배럴까지 치솟은 이후 감소세다.  

지난해 경유 소비량은 가장 많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816만배럴 줄었다. 2022년 서울지역 소비량(735만배럴)보다 더 많이 감소한 셈이다. 꾸준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휘발유와 대조적이다. 2013년 7342만배럴이었던 휘발유 소비량은 2019년 처음으로 8000만배럴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8835만배럴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유 소비가 줄고 있는 것은 경유차 감소가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경유는 수송용 외에 산업용, 농업용 등으로도 다양하게 쓰이지만 수송용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해 산업별 경유 소비량을 보면 도로(81.1%), 해운(4.3%) 등 수송부문에서 85% 가까이 사용됐다. 농림수산업(4.1%), 건설업(2.6%),  공공(2.5%) 부문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로 소비량은 각각 1억865만배럴, 1억1209만배럴, 1억2170만배럴, 1억3215만배럴, 1억3439만배럴, 1억3637만배럴, 1억4056만배럴, 1억3455만배럴, 1억3716만배럴, 1억3264만배럴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꾸준히 늘다가 2019년 이후 줄었다. 

소비가 줄고 있는 시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2018년에는 경유차를 장려하는 '클린정책'이 공식적으로 폐기된 해다. 이후 경유 노후차량에 대한 조기폐차 지원이 증가하는 등 정부의 경유차량 규제가 본격 시작됐다. 여기에 이맘때쯤 휘발유-배터리 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경유차량 판매가 급감, 경유 소비량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관련기사 "디젤의 몰락"… 전기동력차, 경유차보다 많이 팔렸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휘발유·경유의 가격역전 현상도 경유소비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다. 작년 경유값은 한때 휘발유보다 리터당 230원가량 비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실제 올 1월 경유 소비량도 전년 동기대비 크게 줄었다"면서 "올 1월 전국 평균 경유값은 리터당 1675.4원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원 이상 더 비싼 수준이다. 비싼 경유가격은 차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소비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디젤의 부활을 알렸던 경유용 레저용차량(RV)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대형트럭은 수소차로, 중소형 트럭은 전기차로의 전환정책도 여기에 힘을 더한다. '디젤의 몰락'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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