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수입 막히자 너도나도 무계획 도입 증설

[이투뉴스]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막힌 유럽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2030년이면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으로 현재 계획된 인프라 자산 절반 이상이 유휴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앞서 EU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응해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을 근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미국과 카타르 등 다른 가스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울러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관 폐쇄에 대응해 신규 LNG 인프라 사업이나 기존 사업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는 이런 쟁탈전이 EU의 막대한 자본을 낭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IEEFA도 최근 연구결과에서 유럽 신규 LNG 프로젝트 계획이 향후 몇년간 수요를 크게 앞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IEEFA 측은 현재 기반시설 구축 계획을 인용해 2030년까지 유럽내 LNG 터미널 용량이 4000억 입방미터(bcm)를 초과할 것으로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말 270bcm보다 상당히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IEEFA와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의 추정치에 의하면, 유럽 전역의 LNG 수요는 150bcm에서 190bcm 사이로 추산되고 있다.  IEEFA는 유럽의 향후 LNG수요와 수입 인프라시설 용량간 불일치로 2030년까지 200~250bcm의 공급초과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1년 EU 전체 가스 수요(413bcm)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IEEFA 유럽의 안나 마리아 잘러 마카레비츠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무분별한 LNG 시설 확충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값비싸고 불필요한 보험 정책”이라고 <C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3일 말했다. 그는 “유럽은 가스와 LNG 시스템의 균형을 주의깊게 맞춰야 한다. 안정성이 아닌 과잉 정책으로 중심을 옮기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LNG 인프라를 확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이 좌초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좌초 자산 위험이 큰 곳으로는 스페인(50bcm), 튀르키예(44bcm), 영국(40bcm) 등이 지목됐으며, 유럽 LNG 터미널의 가동률이 2030년 말께 3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IEEFA는 밝혔다. 이에 대해 EU 위원회 대변인은 즉각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달초 EU의 에너지정책 최고위원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국가들과 기업들이 러시아산 LNG 신규 구매 계약에 서명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EU 위원회 카드리 심슨 에너지 위원은 <로이터통신> 보도에서 “모든 회원국들과 회사들이 러시아산 LNG 구매를 중단하고, 기존 계약이 만료되면 러시아와 새로운 가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U의 대규모 LNG 용량 확대 계획은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유럽의 LNG 수입 터미널 용량을 두 배로 확대하는 계획이 기후 목표를 달성시키기 어렵게 만들고 에너지위기를 해결하는 데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EU 측이 확보한 LNG 계약 대부분이 2026년부터 시작하는 15~20년 단위 장기계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