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이투뉴스 칼럼 / 권효재] 격론과 진통 끝에 2030 NDC 이행계획 초안이 발표되었습니다.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한다고는 하나 정부 원안 자체가 산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것이라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실적 대비 40%를 줄인다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분야별 감축량은 지난 정부 대비 조정되었습니다. NDC는 자발적 감축 결의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까지 주기적으로 발표하게끔 되어 있고, 감축 목표를 번복하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에 “2030년까지 4억4000만톤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께”라고 했는데, 여건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2023년에 “어 미안, 2030년까지 5억톤으로 목표 수정할께”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강제력은 없어도, 목표를 번복(감축목표 하향)하면 국제사회에서 국격이 깎이는 소위 ‘쪽팔리는’ 일로 비춰지고,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지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안에 따른 2023년 예상 배출량은 6억3400만톤이고 2030년말까지의 목표는 4억3700만톤입니다. 7년 동안 배출량을 31% 정도 줄여야 하고 매년 전년 대비 5% 감축을 지속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배출량과 산업 생산의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 75%를 차지하므로 탈탄소 전력 생산과 탈탄소 산업 생산을 어떻게 달성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고 대기 오염도 유발하는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철, 정유 등 중공업 산업의 공정과 기술을 바꿔야 합니다. 반도체 산업 같은 정밀·첨단 산업도 에너지 소비가 많으므로 변화가 필요합니다.

산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탄소중립의 대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2030 NDC는 여전히 버겁다는 입장입니다. 기존안은 2030년까지 15% 감축을 “약속”하는 것이었고 금번 초안은 11.5% 로 목표가 햐향되었지만, 산업계는 5%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국내 중공업 산업은 수십년의 국제 경쟁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이미 상당히 끌어올렸고, 기존 설비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막대한 신규 투자와 원가 상승을 감내해야 하는데, 이득은 당장 발생하질 않으니 기업들에게는 난감한 일입니다. 정부의 세제 혜택, R&D 지원 등 직·간접적인 혜택이 없다면 대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환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재계의 입장입니다.

비용과 혜택의 불일치로 인한 갈등은 다른 선진국들도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결국 돈 문제입니다. ‘탄소중립의 재원을 누가 대느냐’는 피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유럽은 탄소세와 탄소배출권을 강제화해서 풀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제품에 녹아 있는 온실가스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담을 하고 그 돈을 모아 생산 업계의 전환을 강제하고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은 증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탈탄소 설비 투자에 세액 공제를 대폭 늘리는 방법(IRA)을 채택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정책이던 ‘공론화-투표-정책확정-법제화-실행’까지는 5~10년이 필요합니다. 우리처럼 5년 단임제 대통령제라면 더 어렵습니다. 그럼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요? 숙제를 미룬다고 누가 대신해줄까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관련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게 가시적인 혜택이 발생해야 합니다. 제도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제도를 준비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갑니다. 그래서 먼저 투자하는 기업들을 보상하기 위한 민간 캠페인과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CDP의 RE100 캠페인도 이런 목적에서 시작했습니다. 10년전 당시 많이 비쌌던 재생전기를 돈을 더 주고 사는 기업들을 구별해서, 그 기업들의 제품를 우선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가격에 비슷한 성능의 스마트폰이 있는데, A사는 100% 탈탄소 전기로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하고, B사는 50% 탈탄소 전기로 만든다고 하면 어떤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우리 실정에는 RE100이 맞지 않다는 반론이 많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대안으로 CF100이나 24/7 CFE 캠페인을 참여하자는 대안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캠페인이든 그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진심과, 그 진심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입니다. 소비자들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에 유무형의 프리미엄을 부과해야 하므로, 정부가 이런 캠페인이 필요하다, 저런 캠페인은 안 된다는 식으로는 곤란합니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세계적인 K-기업들이 RE100이든 CF100 이든 아니면 RECF100이든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진정성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손해를 좀 보고 불편하더라도 공장 지붕에 태양광도 깔고, 전기차도 쓰고, 사무실 일회용품은 다 없애면서 시작하는 ‘진심100’ 캠페인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들의 선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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