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중단 불가피"
시민단체 "0.7%차 당선자 국민 동의없이 정책 급선회"

▲고리원자력발전단지
▲고리원자력발전단지

[이투뉴스] 고리원전 2호기(650MW)가 내달 8일 40년 운영허가 만료로 가동을 중단한다. 정부는 계속운전을 위한 심사·평가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이르면 2025년 6월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고리 2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오는 8일로 최초 운영허가가 끝난다. 국내에서 세번째로 건설된 원전으로 가압경수로형이다. 문재인정부의 애초 에너지전환정책대로라면 고리 1호기처럼 영구정지 및 폐로절차를 밟았어야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탈탈원전' 방침에 따라 수명연장(계속운전)이 추진되고 있다. 

한때 에너지전환정책을 주도했던 산업부는 노골적으로 가동중단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운영허가 만료 이후 원전을 계속운전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 약 3~4년에 걸친 절차가 필요한데, 고리 2호기는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운전을 위한 절차 개시가 늦어져 일정기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운영허가 만료 3~4년 전인 2019~2020년부터 수명연장을 준비했어야 만료와 동시에 중단없이 계속운전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통상 계속운전에 필요한 최소기간은 3년 6개월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한수원 자체 안전성·경제성 평가와 이사회 의결까지 약 6개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 제출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 주민공람 및 의견수렴에 6개월, 규제당국의 PSR 심사에 약 18개월, 운영변경허가 심사 및 승인과 설비개선에 약 1년이 각각 걸린다. 

"하지만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 아래 한수원이 법령상 기한(5~2년전 신청)이 지나도록 계속운전을 신청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계속운전 승인을 받기 전 최초 운영허가가 만료돼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산업부의 볼멘소리다.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운전 절차 개시 지체"
정부는 가동중단기간 단축을 위해 사실상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윤석열정부 인수위 시절인 작년 4월부터 한수원이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고, 지역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 등을 열었다. 

한수원은 이달 안에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잇따라 운영허가가 끝나는 원전의 중단없는 계속운전을 위한 정지작업도 마쳤다. 정부는 작년말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계속운전 신청기간을 허가만료 10~5년으로 변경했다. 1980~1990년대 집중 건설된 고리 2~4호기와 한빛 1~4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의 설계수명은 경수로형이 40년, 중수로형이 30년이다.

내달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내년 9월 고리 3호기, 2025년 8월 고리 4호기, 2026년 9월 한빛 2호기, 같은해 11월 월성 2호기, 2027년 12월 한울 1호기와 월성 3호기가 각각 운영허가가 끝난다. 이들 원전의 지체없는 재가동을 위해 관련규정을 정비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고리 2호기 재가동 시 원전의 발전량 확대로 전기요금 안정 효과가 있으며, 고원가인 LNG 발전을 전량 대체한다고 가정 시 연간 약 11억7000만달러의 무역적자 절감효과가 기대된다"며 "규제기관 심사와 설비 개선 등을 위해 일정기간 가동을 멈추게 되지만, 사업자인 한수원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 2025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적 동의없는 수명연장을 성토하면서 졸속 인·허가가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국민적 지지를 받아 당위성을 갖고 수명연장을 안하기로 한 결정을 0.7%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180도 바꾼다는 건 문제가 크다. 사용후핵연료 해법도 없는데 전 정부 탓만 하면서 정책을 바꿀 일이 아니라 수명연장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원안위가 작년말 업무보고 때 최신기술기준으로 안전기준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아직 제대로 정립된 게 없다. 졸속 원전 수명연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원전부지서 활성단층이 5~6개 발견됐다. 수명연장 인허가 시 원전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보고 설계를 다시해야 한다. 제대로 심사한다면 10년 더 걸릴수도 있고, 아예 원전을 해체하고 다시 짓는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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