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1년 4개월여만에 60달러대로 추락
인수소식 등에 26일부터 70달러선 회복

[이투뉴스] 3월 국제유가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크게 요동쳤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커졌고, 이는 유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1년 4개월여만에 60달러대로 내려 앉기도 했다. 

1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3월 WTI 가격은 배럴당 평균 73.37달러, 북해산브렌트유(Brent)는 79.21달러, 두바이유는 78.51달러를 기록했다. 세 유종 모두 전월대비 3달러 이상 빠졌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0달러가량 줄었다. 다만 지난해 3월은 러-우 전쟁이 발발해 유가가 이례적으로 크게 치솟았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전세계 은행권이 동시다발적으로 크게 흔들린 것이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12일 시그니처은행 등 미 은행들이 잇달아 파산하면서 금융위기 공포감이 몰아쳤다. SVB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자산 2090억달러(272조8000억원)를 보유한 미국 16위 은행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워싱턴뮤추얼은행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의 미국 은행 파산이다.

잇따른 파산소식에 장이 열린 13일부터 유가가 곤두박질쳤다. 특히 WTI는 사흘간 9.07달러가 빠지면서 2012년 12월 이후 1년 4개월여만에 70달러선이 붕괴됐다. 가장 낮았던 날은 17일로 66.7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마찬가지로 급락했지만 70달러대는 유지했다. 최저점은 브렌트유가 72.97달러(17일), 두바이유는 70.31달러(20일)다. 이후 WTI는 열흘 넘게 60달러대에서 움직이다가 27일을 기점으로 70달러선을 회복했다. SVB가 새주인을 찾는 등 금융위기가 완화되는 분위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26일 미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성명을 통해 퍼스트시티즌스은행이 SVB의 모든 대출과 예금, 지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던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원유공급 차질소식도 유가상승에 힘을 보탰다. 25일 이라크정부가 쿠르드자치정부(KRG) 석유수출 관련 국제소송에서 9년만에 승소했고, 이에 따라 KRG의 석유수출이 중단됐다.  KRG는 튀르키예 제이한항구에 하루 45만배럴가량 석유를 수출해 왔다. 

이라크정부는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정부 승인 없이 석유를 수출하고 튀르키예가 허용한 것은 1973년 이라크-튀르키예 송유관 운송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지역 석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28일과 29일 이틀간 유가는 일제히 올랐다. 특히 28일 WTI는 3.55달러 급등했다. 하루만에 5%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3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영국 주요은행 바클레이(Barclays)는 "연말까지 쿠르드 원유수출이 중단될 경우 브렌트 유가전망치가 기존 배럴당 92달러에서 3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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