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봄철 호남지역 원전 출력감발과 일부 태양광 출력제어 방침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안타까운 건 아전인수식 해석과 편향이 주류라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정치색을 씌운 언론보도까지 가세해 냉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있다. 이 사태의 발단과 경과를 지켜봤기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첫째, 태양광을 너무 많이 늘렸고 그래서 전력이 남아돌아 사달이 났다는 지적(보도)은 틀렸다. 국내에 설치된 태양광은 단독주택 옥상 등에 설치된 킬로와트 단위 자가용을 포함해 25GW 안팎. 100% 출력을 낼 때 설비용량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발전량은 그보다 적다. 태양광 특성상 기상이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늘거나 줄기 때문이다. 

혼동하지 않으려면 발전량과 전력수요가 동시에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요즘처럼 연중 소비량(수요)은 가장 적고 발전량은 가장 많은 봄철엔 태양광 비중이 일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래봐야 연간 발전량은 태양광·풍력을 모두 합해 작년 기준 5%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값은 10%를 넘어섰다. 한국은 OECD 37개국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 꼴찌 국가다.

태양광을 너무 많이 늘린 게 아니라 개도국이나 소위 후진국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지금은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라도 보급 속도를 높여야 할 때다. 이상기후가 뚜렷해지면서 혹서기 국내 실질 피크수요는 100GW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혹자가 그렇게 애물단지 취급하는 태양광이 없었다면, 피크수요를 상쇄하지 못해 매년 전력수급 경보를 달고 지내야 한다.

물론 이런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챙겨야 할 일도 많다. 비유하자면 태양광은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상수도가 아니라 빗물이다. 비가 한창 쏟아질 때 실컷 사용한 뒤 물통에 넉넉하게 채워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쓰는 방식으로 소비행태를 바꿔야 한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경주하는데 '우린 하던대로 수도(전통에너지)를 쓰겠다'는 고집이 통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둘째, 이번 원전 감발은 재생에너지 주력전원 시대의 전력믹스 전환과 송전망 혁신을 독촉하는 경고등이지 '태양광 과속'이 아니다. 태양광은 태생이 제멋대로인 변동성 전원이고, 국내 원전은 설계 당시부터 빠른 출력조절이 안 되는 경직성 전원이다. 종종 두 전원의 조화와 상생을 운운하지만, 계통운영 관점에선 상극 그 자체다.

덩치가 비슷해진 두 전원이 봄철 쪼그라든 호남지역 케이지(수요) 안에서 바둥대다 생산원가가 더 비싼 한쪽 일부가 튕겨져 나온 상황이 원전감발이다. 이제 본격 시작된 이 제로섬게임의 결말이 궁금하면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해외 원전운영국 선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처럼 원전을 계속 늘려 짓는 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의 속도를 높여 충돌시점을 앞당기고 충격만 키우는 행위다. 

송전망 건설을 한전 현 체제에 그대로 맡길지도 고민거리다. 회사채 이자만 조 단위로 불어나는 디폴트 위기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송전망 확충에 투자할 것이라 믿으면 순진한 생각. 재생에너지 부지와 잠재력이 없는 게 아니라 계통이 부족해 무한정 대기중인 사업이 수십GW이다. 지분 100%를 보유한 6개 원전·화력발전사와 수많은 경쟁 민간사들을 동등하게 대접할 리도 만무하다. 

망사업자로의 분리 독립은 빠를수록 좋다. 방치하면 2030년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21.6%) 접근도 언감생심이다. 불행히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로 먹고산다는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워진다. 에너지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우리산업이 에너지로 쓰러질 위기다.

셋째, 이번 일부 태양광 설비 출력제어는 수요-공급 불일치와는 무관한 계통안정화 조치다. "태양광 설비를 마구잡이로 늘린 탓에 전력이 남아돌아 생긴 문제"가 아니다. 계통연계성능(LVRT) 등을 확보하지 않은 설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만에 하나 전력망 사고가 터지면, 해당설비들이 동시에 망에서 이탈하면서 대형 정전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처음부터 제대로 지침을 주지 않은 책임이 크므로, 출력제한에 대한 보상과 설비개선 지원이 필요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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