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주최 토론회서 격론
전력거래소·한전 "불가피 조치" 시민사회 "양립 불가"

▲기후솔루션과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주최로 11일 제주복지이음에서 열린 '탄소중립 시대, 제주 가스발전이 나아갈 길'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안재홍 제주애월교육협동조합 이사장(좌장), 조성빈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실장, 이성규 한전 계통계획처 실장,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 이상복 이투뉴스 부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국장,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토론하고 있다.
▲기후솔루션과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주최로 11일 제주복지이음에서 열린 '탄소중립 시대, 제주 가스발전이 나아갈 길'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안재홍 제주애월교육협동조합 이사장(좌장), 조성빈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실장, 이성규 한전 계통계획처 그리드정책실장,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 이상복 이투뉴스 부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국장,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토론하고 있다.

[이투뉴스] 제주도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해 2036년까지 600MW규모 가스발전소를 추가로 증설하는 내용의 10차 전력수급계획을 놓고 전력당국과 시민사회가 큰 견해차를 드러냈다. 전력당국은 전력피크 시 재생에너지 공백을 가스발전소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지만, 시민사회는 화력발전의 기득권 연장 조치이자 재생에너지 주력전원 시대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공방이 벌어진 건 기후솔루션과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가 ‘탄소중립 시대, 제주 가스발전이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11일 오후 제주복지이음마루에서 연 토론회에서다. 라라 웰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에너지모델링 팀장과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한국 가스발전 퇴출 경로’와 ‘가스발전 현황과 문제점’을 발제한 뒤 안재홍 제주애월교육협동조합 이사장이 주재한 토론회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조성빈 전력거래소 제주본부 실장은 “재생에너지 이용은 당연한 대안이지만, 1년 내내 정전 없이 쓸 수 없다는 큰 제약이 있고, (국민은)정전을 원치 않는다”라면서 “제주는 관광산업과 전기차 보급을 수요가 지속 증가할 전망인데 현재 실증이 완료된 수단으로서 어쩔 수 없이 LNG설비를 10차 수급에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뗐다.

조 실장은 “다만 향후 수소가 활용되기 시작하면 재생에너지, 수소, ESS를 믹스한 형태로 제주도의 탄소없는 섬 목표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전기사용은 수요와 공급만 매칭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적 제약이 많다. 1년 8760시간 변동을 누군가는 잡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 HVDC 연계선로와 배전망을 맡고 있는 한전도 섬구조 전력망에서 피크전력 수요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동조했다.

이성규 한전 계통계획처 그리드정책실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의 방향이고 우리도 그렇게 가야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예로 든 유럽 사례들은 국가간 연계가 된 슈퍼그리드이고 우리는 계통적으로 독립섬 구조인데다 기후특성도 장마가 길어 피크기여도 측면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역할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출력제어도 과도하게 부정적 기류가 많다면서 “결국 재생에너지 주력전원화 될텐데, 그렇게 되려면 출력변동폭과 예측정확도, 여러 저장기술을 계속보강해야 한다. 출력제어를 일부 해야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을 특정시간대 공급과잉에 의한 것과 전력망 안정화 목적으로 구분하되 계통 유연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조치로 그 양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지성 한국그리드포밍 대표는 “제주 출력제어는 공급과잉과 전력망 안정화란 두 가지 복합적 이유 때문으로, 화력을 더 줄일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기술을 확산 도입하면 출력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유연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하고, 그런 조치가 좋은 재생에너지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최근 호남지역서도 원전을 감발하는데, 두 전원이 동시에 많을 때 원전을 감발하는 것이 운영자의 입장이고, 제주도 역시 특별한 안정성에 문제가 없으면 늘어난 재생에너지가 먼저 가동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상복 이투뉴스 부국장은 “에너지전환의 최전선인 제주가 재생에너지 비중 20%에서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다”며 정책 일관성과 연속성 부재를 질타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는 그대로인데 제주를 특구로 지정해 전력직거래를 허용하고 자유로운 요금설계와 섹터커플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냐”면서 “이런 환경에 어떤 기업이 개척자가 되어 신산업에 도전하고 투자하겠냐”고 지적했다.

이 부국장은 “건설될 새 발전소가 준공된지 2년, 4년 된 새 발전소를 밀어내고, 재생에너지가 재생에너지를 구축(驅逐)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부득이한 신설이 보조서비스용이라면 가스터빈이나 가스엔진, 육상 폐지 가스터빈 이설과 같은 여러 대안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기설 설비 조기 좌초자산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기후위기가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린 안정성만을 추구하고 있다. 제주드림타워처럼 어마어마한 다소비 건물을 놓고 에너지절약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수요가 증가한다고 이런 대책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고 직격했다.

김 국장은 “가스발전 들어오면 중유발전을 다 퇴출시킨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가동되고 있다. 기존 화력발전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지 정말 제주나 기후위기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당장 300MW가 정말 필요하다면 도민들이 알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동의를 얻으라. 모든 노력을 동원해 반대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가스발전 신설 논의를 놓고 “화력발전 중심의 계통 운영방식과 전력시장 제도라는 만성적 병이 누적돼 나타난 합병증”이라고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제주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주력전원화 돼 있는데 계통과 시장은 그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 실시간시장과 입찰시장을 도입한다지만 이미 늦은감이 있고, 계통운영 방식도 경직돼 있다”며 “이대로 계통을 운영하면서 추가된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가 양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력발전 중심 패러다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유연성 자원에 공정한 전력시장 제도와 투명하고 독립적인 전력산업 거버넌스 확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견해에 대해 라라 웰더 팀장은 “파리협약 달성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 동의 할거다. 태양광‧풍력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ESS나 그리드강화로 약점보완도 가능하다”며 “과도기엔 가스발전이 사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LNG 수급난속 증설은 리스크를 키우는 일일 수 있다”고 했다. 앞선 발제에서 그는 "10차 전력계획의 화석연료 퇴출계획은 매우 느리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가스발전소 현황 및 문제점'이란 발제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빈번한 상황에 대규모 가스발전소 증설이 타당성이 있나. 현재 계통은 새 가스발전소가 건설될수록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소를 대안으로 얘기하지만 그린수소 조달은 불투명하고 운송, 수송, 분해과정 탈탄소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적다"고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발전부문의 탈탄소화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이고, 저조한 실적은 향후 산업경쟁력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가스발전 증설과 출력제어 지속 시 제주에서의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다"고 단언했다.

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국내 가스발전 현황과 문제점'을 발제하고 있다.
▲조규리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국내 가스발전 현황과 문제점'을 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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