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쟁 3년 국회토론회, 책임공방 아닌 해법도출 중요
2030 NDC는 도전적 과제..."목표 유지하되 세부방안 필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발표자인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앞줄이 발표자로 왼쪽부터 김호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장,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학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좌장),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에 이어 올여름에는 '냉방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전기요금이 크게 뛰었고, 거기에 아직 더 오를 수 있는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요금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소비절약에 대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 간사(한무경‧김한정)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전쟁, 앞으로 3년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에너지산업 과제로 ▶난방비 폭탄 이슈해결 ▶2030 NDC 이행 ▶탈원전 논쟁 해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전력산업구조 선진화 ▶천연가스산업 선진화 ▶정유산업 이정표 설정을 제시했다.

▲유승훈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유승훈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지난 겨울 시끄러웠던 난방비 이슈다. 유 교수는 "더이상 여야가 난방비 폭탄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면서 "원인을 우리 내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교란 등 국제 에너지 정세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해법 도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우리의 잘못보다는 국제 정세 영향이 더 큰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점을 광범위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냉방비 폭탄가 예고돼 있다면서 철저한 대비책을 촉구했다. 그는 "7월에 전월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에너지 공급원가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요금을 조정하는 대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상위계층 및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절전기기 구매대금 일부를 지원하거나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정부는 산업부문의 탄소감축 목표는 완화하는 대신 전환·에너지 부문이 감축부담을 책임지는 내용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해야 한다. 

유 교수는 "기존(2021년 10월) NDC는 공개되고 단 10일 후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등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서 "사실 국민들은 NDC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순하게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다. 감축목표 조정에 대한 국민, 업계, 전문가와 소통이 확대돼야 한다. 감축 과정에서 없어지는 일자리, GDP 감소 등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NDC 조정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합리적이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을 올린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다만 산업부문 및 전환부문의 감축 목표는 여전히 도전적이며, 산업부문 감축수단은 아직 불확실하다. 목표는 유지하되 세부적인 수단을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과정에서 정유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생각할 볼 문제라고 했다. 온실가스 저감과 국내 산업 육성 보호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정유사의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은 2019년 기준 미국·러시아·네덜란드·싱가포르·인도에 이어 6위이며, 정제능력은 세계 5위다.

최근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2580억원(70억달러)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생산단지 '샤힌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구축해 석유화학 생산물량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기업의 투자가 아닌 한·사우디 경제협력 성과로 바라봐야 하는 만큼 NDC 이행과는 전면으로 배치된다. 

유 교수는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내 정유산업은 생산량을 줄이다가 결국 문을 닫거나 다른 부문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생산을 줄이면 그 물량을 경쟁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가져간다. 현재 국내 정유사는 60%가량을 수출한다. 온실가스 저감과 산업보호 중 무엇이 중요하고,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유산업의 이정표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향후 3년간 가장 중요한 두 과제로 '에너지 시장가격 정상화'와 '전력계통망의 안정적 운영'을 꼽았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급에 따른 가격과 물량의 위험부담을 모두 공급자에게만 전가했다"면서 "소비자에게는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과도하게 요금을 규제하던 방식에 익숙해진 상태다. 합리적인 가격신호를 제공해야 하며, 요금정상화 및 객관적 검증을 위한 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승훈 교수가 제시한 7개 과제는 실제로는 모두 다 연결된 하나의 주제"라면서 "외국 규제기관과 유사한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도 논의돼야 한다. 다만 소비자들로 하여금 규제위원회 설립이 요금이 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외국의 경우 규제위원회는 요금을 정하는 기관이 아닌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심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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