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인버터 기업이 한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부품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12일부터 나흘간 열린 그린에너지엑스포에 해외 재생에너지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전시회를 주최·주관한 입장에서는 성황리에 열린 이번 전시회가 반갑겠지만 기자의 시각으로는 몇가지 찜찜한 의문이 남는다.

글로벌 전시회에 많은 해외 기업이 문을 두드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린 전시회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존재한다. 해외 기업 관점에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아주 맛깔스러운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RE100·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시대로 가면서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어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중국을 선두로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국가가 태양광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또 유럽과 중국은 우리와 비교해 많은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해 세계를 선도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정권 교체 이후에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전 중심의 에너지 산업으로 회귀하고 있다. 원전을 내세울수록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속도는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0%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잡힌 조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재생에너지가 턱없이 밀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탄소중립과 국익에 원전이 유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선 사실상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눈치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자원이 부족한데다 정부마저 신재생에너지를 홀대하면 결과는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신재생 산업경쟁력이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선도국가 입장에서는 우리 신재생 시장이 노다지가 되는 셈이다.

신재생업계 내부에선 흔히 “우리나라 기술이 다른 국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정부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 활성화가 느린 것이지, 기술이 결코 모자라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술력은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신재생기업이 몇 개나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한 손을 다 접기조차 쉽지 않다.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활성화 됐을 때 어떤 경쟁력으로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 시장 활성화가 해외 기업들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추운 겨울을 버틴 후 봄이 왔으나, 정작  계절을 만끽할 기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는 전시장이 무척 쓸쓸하다.

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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