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지역서 나트륨배터리 개발 한창, 조만간 대량생산
풍부한 원자재로 리튬 배터리보다 60~70% 가격 저렴

[이투뉴스] 중국이 창사 지역을 중심으로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나트륨 배터리 개발 경쟁에서 선두로 앞장서고 있다.  이곳에는 연구소 뿐만 아니라 광물을 혼합해 고순도 화합물로 만드는 배터리 제조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기차 확산은 물론 기후변화 대응의 중심인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에 적용되고 있는 리튬 배터리 산업에서 중국은 리튬 정제와 생산을 장악했다. 중국은 리튬에 이어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을 이용해 재충전 배터리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금에서 추출한 나트륨은 리튬 가격의 1~3%에 거래되고 있으며 화학적으로 유사하다. 나트륨 배터리 효율성은 리튬 배터리보다 떨어지지만, 비용은 60~70% 수준이다. 여기에  나트륨 배터리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충전용량을 어느정도 유지해 리튬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창사 지역의 중난대학교 졸업생들은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독일 BASF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나트륨 배터리 기술개발에 투입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나트륨 배터리 대형 제조시설도 이미 연구소 근방에서 건설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나트륨 배터리 셀을 리튬 배터리 제조장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저렴하고 내구성을 갖춘 나트륨 배터리와 리튬 셀을 결합한 전기차 배터리 팩을 개발하고 있다. 이같은 혼합 배터리 팩은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ATL의 황치센 연구센터 부소장은 “혼합 배터리를 산업화할 준비가 됐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회사는 창사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학물질을 공급받고 있으며, 최근 닝더에 첫번째 대규모 나트륨 배터리 제조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다국적 기업들도 나트륨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회사인 BHP의 마이크 헨리 최고경영자는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의 수요를 줄일 것”이라며 “특정 용도에서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나트륨 배터리 연구는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일본에서 10여년 전부터 중요한 기술혁신을 이뤄냈으며,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어 기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컨설팅회사 벤치마크 미네랄스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계획 또는 건설 중인 나트륨 배터리 공장 20곳 중 16곳이 중국에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2년 안에 세계 나트륨 배터리 생산용량의 95%를 보유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배터리 제조사들은 다음 주 상하이 오토쇼에서 중국 내수용 소형 전기차에 적용할 나트륨 배터리에 대한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나트륨 배터리는 전력망 연결용으로 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망 연결용 배터리는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테슬라가 최근 상하이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인 메가팩 생산시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트륨 배터리가 리튬 배터리와 동일한 전하를 갖기 위해선 크기가 커야 한다. 전기차에 장착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고정된 장소에서 활용되는 전력망 연결 저장장치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용 배터리로도 적합하다.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배터리 수요는 폭증하고, 나트륨 배터리 역시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산둥성의 경우 수요가 많은 초저녁 전기요금이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오후 시간대보다 20배 가량 높다. 전력회사들은 태양광 전력을 다른 시간대에 분배하기 위해 리튬 배터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중서부에 있는 일부 전력소들이 나트륨 배터리를 실험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러 지역정부들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 발전량의 10~20%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CATL은 중국 도심지 곳곳에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전기차 충전소에 미니밴 크기의 리튬 배터리를 설치하고 있다. 회사는 나트륨 배터리를 이러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편 나트륨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와 달리 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 광물인 코발트 등 희소 광물을 필요로 하지 않아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주로 생산되는 니켈도 사용되지 않는다.

중국이 나트륨 배터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면 과제도 많다. 미국이 나트륨의 원자원인 소다회분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와이오밍 사막 지하에 5천만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소다회분 퇴적물이 있다.

천연 소다회분이 많지 않고, 미국산 수입을 주저하는 중국은 화학 공장에서 합성 소다회분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합성 소다회분 공장들은 수질을 오염시킨 전례가 있다.  

또 리튬 가격의 하락이 전망되고 있어 나트륨 배터리의 상용화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2017년 대비 4배 상승했지만, 이후 3분의 2 수준으로 급락했다. 리튬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배터리 가격도 따라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HP의 헨리 최고경영자는 “나트륨 배터리의 역할이 있다”며 “중국이 이 분야에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