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의무-법체계 정합성, 에너지안보 역할 등 엇갈린 시선
제3자 판매-특혜 가중, 체리 피킹 vs 처분권 타당 등 격론

▲LNG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지우는 대신 도시가스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에 대해 찬반이 엇갈려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LNG터미널 전경.
▲LNG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지우는 대신 도시가스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에 대해 찬반이 엇갈려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LNG터미널 전경.

[이투뉴스]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에 담긴 LNG직수입자의 비축의무 및 제3자 판매 조항을 놓고 견해가 엇갈리며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LNG 등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화가 국가적 전략과제로 부상하는 만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체계적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원론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 LNG직수입자의 비축을 의무화하는 대신 국내 제3자에 대한 한시적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와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판단과 현행 법 체계와의 정합성 위배, 대기업 특혜 가중을 비롯해 공공성 측면에서 민영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맞서고 있다.

자원안보에 관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원안보 추진체계와 조기경보체계, 핵심자원의 공급·수요 관리, 긴급대응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자원안보특별법은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황운하 의원, 양금희 의원에 이어 올해 3월 김한정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국가 에너지·자원 확보계획, 도입, 비축, 생산, 유통 및 위기대응 등에 걸친 종합적이고 범국가적 차원의 확립된 관리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작동시키려는 목적의 해당 법안에서 공통적으로 이슈가 된 게 LNG직수입자의 ‘비축의무’와 ‘국내 제3자 처분 허용’이다. 주요 공급기관을 대상으로 안정적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의무가 부과되며 한시적으로 비축물량 증량이 가능토록 규정하는 대신 예외적으로 자가소비용으로 제한된 민간LNG직수입자의 국내 제3자 판매를 허용했다. 

현재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천연가스도매사업자만 하루 평균 판매량의 9일분을 의무적으로 저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상 자가소비용으로만 도입이 가능한 LNG직수입자들에게 천연가스 수입과 판매를 동시에 허용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당법안이 발의되자 에너지 공공성에 따른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한국가스공사 노조를 중심으로 공공성 측면에서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반발이 거센 반면 안정적 수급 효과와 함께 비축의무에 따른 처분권 보장은 타당하다는 찬성론이 맞섰다. 

이처럼 엇갈린 시선은 지난달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 공청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위원회 회의로 진행된 공청회에는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 정희용 한국가스학회 회장, 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가 견해를 제시했다. 

◆학계·전문기관·관련업계 찬반양론 팽팽
공청회에서 패널로 나온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비축의무를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의 적절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의 비축의무는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반면 국가자원안보 법안에서는 대통령령으로 비축의무 대상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한 만큼 현행 법 체계와의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비축의무 부과 대상이 ‘공급기관’으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한시적 비축이 아니라 ‘상시 비축’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도시가스사업법에서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게 처분 제한을, ‘가스도매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려면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며, 제16조·17조(비축) ①항은 도시가스사업법의 입법 취지를 우회해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편법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16조·17조(비축) ①항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만약 ②항에 따라 한시적 비축의무가 발생할 경우에는 비축물량을 처분할 수 있는 특례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교수도 상시 비축의무를 LNG직수입사에 부과할 경우 한국가스공사와 동일하게 가스도매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주고, 비축과 관련된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비축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총괄원가 방식으로 회수가 가능한 반면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는 경쟁원리에 의해 스스로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산업의 경우 개방된 시장에서 사업자는 안정적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의무와 함께 제3자 처분이 가능하고, 해외 선진국도 민간 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그 민간 사업자가 판매 권한이 있거나, 비축으로 인한 비용을 판매요금으로 회수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시 비축의무가 없는 LNG직수입자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비축의무에 협조했다면, 그 보상으로 처분권을 보장받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현행 법규에 따르면 LNG직수입자는 한국가스공사에게만 물량 처분이 가능한데, 이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수요독점 사업자로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헐값으로 매입이 가능하며 매입 시기의 임의조정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원안보위기 대응을 위한 비축의무는 조건·물량·시기 등을 구체화해 한시적으로 발령해야 하며, 비축의무 대상인 ‘공급기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한국가스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는 LNG직수입시장이 단순히 자가소비용 차원의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수급차원의 역할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비축의무 부여가 합당하다며, 예상치 못한 에너지 위기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위기상황 발령 시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판단했다. 유럽의 경우 가스시장에 참여한 모든 기업에 대해 비축의무를 분담해오고 있으며, 최근 러-우 사태로 인해 비축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폴란드의 경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자는 일일 평균 가스수입량의 최소 30일분을 비축하고, 필요 시 40일 이내에 비축량이 방출되는 기술이 탑재된 가스저장시설에 의무적으로 일정 가스를 비축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LNG직수입자의 제3자 판매는 국가에너지 위기대응전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수입자의 영업행위에 불과하다며 해당조항이 필요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비축의무는 범국가적 에너지 안보 차원의 천연가스 수출입업자로서 갖춰야 할 의무사항이지, 국내 재판매 확대 허용을 위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다 확대된 국내 제3자 재판매를 조장할 수 있는 특혜조항으로 직수입 확산의 기회를 제공, 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도 LNG직수입자의 비축의무는 필수이며, 제3차 처분 특례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LNG직수입자의 비축의무 부과는 필수적이고 공정한 조치이며, 제3자처분 특례 조항은 불필요한데다 법안의 취지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만 천연가스 비축의무를 부여받고 있는데 최근 3년간 민간 직수입 물량이 국가 전체 수요의 20% 이상으로 증가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예상치 못한 에너지 위기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위기 발생 시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3자 판매 등 특례 조항은 에너지 수급안정과 무관하게 민간 직수입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으로, 타 핵심자원 공급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므로 특례 신설은 불필요하며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LNG직수입자들은 기존에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우회 도매판매라는 직수입 제도가 허용하지 않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아 제3자 처분 특례가 허용된다면 이는 곧 ’전면적인 제3자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으며, 이는 사실상 천연가스 시장 민영화와 다를 게 없다고 직격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