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속 전력위주 대형업체 빼고 다수가 경영적자
열원가 상승 불구 불충분한 지역난방요금 조정이 원인

[이투뉴스] 예측됐던 집단에너지업계의 적자사태가 현실화됐다. 매출은 단 한 곳도 빠짐없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대다수가 감소했거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력판매가 많은 일부 대형업체만 흑자를 달성했다. 심지어 최적의 사업구조를 가졌다는 한국지역난방공사마저 역대 최대규모인 4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지역난방 및 구역전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모든 사업자의 매출은 증가했으나 이익규모는 대폭 감소, 적자를 본 회사가 전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액 증가는 전기판매 가격 및 열요금 상승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한난이 매출 4조원, GS파워는 2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나래에너지서비스 역시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한난의 영업적자가 무려 4039억원에 달하는 등 대다수 업체가 전년보다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다행히 한난은 2018년 손상처리한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를 재가동하면서 1976억원의 손상차손 환입을 통해 당기순손실을 1840억원으로 줄였다.

한난의 적자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천연가스가격 상승으로 열생산원가는 크게 늘었으나 열요금 조정이 도시가스 민수용과 연동되는 구조적 문제가 작용했다. 실제 한난은 열부문 손실이 390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열부문 손실을 메꾸던 전력에서도 115억원의 적자를 봤다.

안양열병합을 1GW 규모로 키운 GS파워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자랑했다. 매출액(2조205억원, 117.4%)부터 영업이익(2649억원, 46.5%) 당기순이익(1809억원, 37.0%)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특히 밀집된 수요와 최적의 공급구조에 힘입어 남들과는 달리 열부문에서도 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여타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용량이 커 전력부문 매출이 열부문보다 많은 나래에너지서비스, 평택에너지서비스, DS파워, 춘천에너지, 대구그린파워, 대륜발전도 매출액과 이익규모 모두 늘었다. 여기에 공급구조가 탄탄한 인천종합에너지와 별내에너지 역시 이익규모는 줄었으나 흑자구조를 유지하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SK E&S 산하 집단에너지 자회사를 통합한 나래에너지서비스는 직도입 LNG를 쓴다는 장점을 활용해 매출액 1조993억원(66.7%), 영업이익 397억원(15.1%), 순익 514억원(63.0%)을 기록했다. 전력매출이 전년도 5276억원에서 9375억원으로 크게 뛴 것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전력부문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평택에너지서비스는 매출 9403억원(98.5%), 영업이익 700억원(34.0%), 순익  426억원(52.6%)으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DS파워도 7271억원(109.0%)의 매출과 346억원(10.6%)의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141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전년대비 증감률을 보면 춘천에너지의 약진도 눈부시다. 매출은 전년보다 78.8% 늘어난 5856억원, 영업이익도 287%가 증가한 402억원을 기록해 197억원의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역시 전력매출이 많은 대구그린파워도 매출 5163억원(74.6%), 영업이익 266억원(38.1%),  순익 92억원(414.4%)을 달성했다. 대륜발전도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지만 처음으로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력부문 매출이 큰 대형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형 사업자는 죽을 쒔다. 인천공항에너지가 1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대전열병합은 아슬아슬하게 손실을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소각열 수급으로 탄탄한 실적을 냈던 안산도시개발이 13억원의 적자를 입었으며, 지난해 흑자를 달성했던 수완에너지(△27억원)와 청라에너지(△9억원) 모두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미래엔 인천에너지, 휴세스, 내포그린에너지 등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아직 사업보고서를 내놓지 않은 서울에너지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시 역시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가 훨씬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열부문 판매가 많은 업체 대다수가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기는 한전에, 열은 한난을 추종해야 하는 구역전기사업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시가스사업자가 운영하는 삼천리(광명역세권), CNCITY에너지, 대성에너지, JB 등 대다수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사업보고서를 낸 부산정관에너지가 매출액(580억원)의 절반이 넘는 318억원을 당기순손실을 입은 것이 구역전기의 아픈 실적을 짐작케한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0곳에 달하는 지역난방업체 중 전력위주의 대형업체 7∼8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사업자가 대부분인 집단에너지 열요금체계를 이렇게 끌고 가는 것은 정부의 실책"이라며 “전혀 상관없는 민수용 가스요금에 연동돼 꼼짝할 수 없는 열요금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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