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신현돈] 국가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우리의 에너지자원 공기업 상황이 10년이 지났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 잘못된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실질적 투자가 없이는, 우리 에너지자원 안보의 미래는 더욱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그냥 이뤄지는 일도 없고 공짜도 없다. 지속되는 에너지 자원공급 위기와 자원 안보, 에너지 가격 문제, 불어나는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적자 등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뾰족한 수가 없다. 오죽 답답하면 정부도 지난 10년 내내 에너지자원 공기업에 대한 진단과 자금 투입이 없는 정상화 대책만 반복하고 있을까 싶다.

정부 입장도 십분 이해는 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자원 확보도 해결해야 하고, 국민경제도 안정화 시켜야 하는데, 투자할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을 뿐 더러 자금을 투입해도 당장 효과가 없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에너지자원공기업에 선뜻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공기업의 마른행주 짜기식의 뼈 깎는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 할 뼈라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마른행주를 짜봐야 행주만 망가지거나 손만 아플 뿐이다. 정말로 무슨 효과를 바라고 요구하는 구조조정인지도 모르겠다.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정상화는 그들의 사업 특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에너지자원 공기업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공사와 같이 해외에서 직접 자원을 개발하는 자원공기업과 한국전력과 같이 개발된 에너지원을 구매하여 전력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에너지공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의 편의성 때문에 사업 성격이 다른 이들을 같은 틀로 묶어놓고 획일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자원공기업은 자원을 개발하는 상류 부문과 처리 및 활용하는 하류 부분이 수직 계열화 되어 있지 않아 애초부터 절름발이로 출발한 셈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개발업무만 담당하고 석유정제업이 없어 정작 국내 휘발유 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한국가스공사는 정작 가스개발사업은 못하고 천연가스를 도입하여 판매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자원개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한국가스공사는 전력회사와 같이 에너지자원을 수입하여 재판매하는 유사한 업무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구조에 있다. 10조원이 넘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따지고 보면 가스 실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공급가격에 있는 것이다. 결국 자원공기업의 재무 상태 악화는 과거의 잘못된 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고 에너지공기업의 재무 상태 악화는 에너지 요금의 비현실성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니 획일적인 구조조정은 엉뚱한 곳에 힘만 쓰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전 세계적인 자원안보 위기를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자원공기업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한 정상화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로 에너지공기업의 재무 상태를 빨리 정상화시켜 10년 이후를 잘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은 공기업의 정상화를 넘어 탄소중립시대에 에너지 효율향상과 에너지 수요감축을 위해서도 더욱 중요하다. 

이제 한 국가의 안보는 국방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자원안보까지 책임져야 하는 세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에너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보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원안보 특별법이 조속히 마무리되어 자원공급망 위기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적극적인 자원안보의 길로 들어서 길 바란다. 병을 잘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상책은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이 아니라 큰 병에 걸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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