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형희] 최근 핵융합에너지에 관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꿈의 에너지’로 불리며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졌던 핵융합 기술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년 12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관성가둠(Inertial confinement fusion) 기술을 이용한 핵융합에너지 점화 성공부터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미래비전 2050 선포까지, 핵융합 기술은 이제 단순히 기초연구만을 거듭하던 걸음마 단계에서 탈피하여 세상의 에너지기술 판도를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고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핵융합발전의 현주소와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은 무엇일까? 핵융합 기술의 선두에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있다. ITER 사업은 오랫동안 동경했던 태양에 대한 인류의 꿈을 담아 1988년에 시작한 선진 7개국 협력의 역사상 최대 국제 프로젝트로, 최초 운전 예정일(2025년 12월)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국제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ITER 핵융합(토카막) 장치의 핵심부품인 초전도코일과 열차폐체, 진공용기 등의 실험로 제작을 통해 핵융합로 구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술적 난제를 한걸음씩 해결해 나가고 있는 ITER의 성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ITER는 이름대로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연구실험로이며, 핵융합발전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각자의 핵융합발전이 가능한 실증로(DEMOnstration reactor)를 보유하고자 하며, 미국의 상용 파일럿 플랜트 개념 연구(ARIES)와 유럽의 EU-DEMO, 영국의 STEP, 일본의 JA-DEMO, 중국의 CFETR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핵융합실증로(K-DEMO)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전력 생산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경제성이다. 핵융합에너지를 구현하더라도 비싼 전기를 생산한다면 운영하기 어렵다. 모든 발전은 사용하는 연료에 따라서 다른 방식의 열에너지 전환 방법을 가지고 있고, 사용한 연료 대비 얻어지는 전기 생산량으로 효율을 계산한다. 발전 효율을 향상시켜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석탄화력발전, LNG 복합발전 등의 발전방식은 값싼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연소시켜 높은 발전효율과 경제성을 구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연소과정은 반드시 탄소 발생을 동반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열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탄소 발생은 없지만, 수십 만년의 반감기를 가지는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을 발생하여 환경·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핵융합발전도 기존 발전 방법과 같이 열에너지로 터빈을 구동하여 전력을 생산하므로, 핵융합 시 사용되는 연료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 경제성을 결정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상용 핵융합발전을 위한 전 단계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 고온의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하기 위한 연구였다. 이제는 전력을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어떤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핵융합에 다양한 반응이 존재하지만, 실현 가능한 반응온도 약 1억℃에서 이루어지는 D-T(중수소-삼중수소) 반응이 실용화 목표로 연구되고 있다. 핵융합발전의 연료가 수소라는 것은 현재 에너지 원료의 93%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큰 기대를 하게 한다. 그러나 핵융합의 연료로 필요한 것은 일반적인 수소가 아닌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에 무한히 존재하지만, 삼중수소는 자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가장 핵융합발전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삼중수소 생산 방법은 리튬-6에 중성자를 조사하는 것이다. 핵융합로의 증식 블랑켓 (Breeding blanket)이라는 기술이 이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노심의 내벽에 위치하며, 핵융합 실증로의 연료를 자급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아울러 증식 블랑켓은 삼중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중성자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 전환하는 기술이 전력 생산을 위한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이 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없기에 ITER의 참여국들은 다양한 개념의 독자적인 시험 블랑켓 모듈(Test Blanket Module, TBM)을 적용하여 타당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삼중수소 증식 및 발생열을 회수하는 핵융합 증식블랑켓 기술을 확보하면 실질적인 핵융합발전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ITER 조달품목은 공동 분담하지만, TBM 기술만은 공유하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핵융합 실현을 위한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개념’에서 최상위 목표로 ‘삼중수소 유효 자급률 1 이상’ 및 ‘전력생산의 경제성’을 설정함으로써 증식블랑켓 기술 확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핵융합실증로는 핵융합 연료 확보 및 열에너지 활용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자연재해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모두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절실히 갈망하게 되었으며, 이에 우리는 핵융합발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어쩌면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는, 생소했던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성공적인 뉴스들을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KSTAR의 우수한 성과와 ITER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핵융합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계획하고 준비하여 성장한 기술은 결국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가 ITER 프로젝트와 한국형 핵융합실증로(K-DEMO)를 준비하며 얻어낸 기술 성장이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집중 투자와 우수한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하여 진정한 핵융합발전의 최종 단계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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