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학 한국도시가스협회 신성장사업실장

원전·석탄·신재생에너지 발전 변동성으로 LNG 대체 발전량 급증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 변화로 2021년 말부터 스팟가격 10배 폭등

계획물량 아닌 실적 기준 물량 배부…에너지시장 왜곡 심화 우려
국가적 에너지 계획은 정확한 자료·합리적 전망 근거로 수립돼야

▲최재학 한국도시가스협회 신성장사업실장
▲최재학 한국도시가스협회 신성장사업실장

[이투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인 1996년 206억 달러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러한 국내 무역수지 적자에는 천연가스 수입비용의 급증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국내 천연가스 수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 천연가스 수입량은 4639만톤으로 전년 2021년보다 1%(46만톤)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500억2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45억6900만 달러 늘어나 2배 폭증했다. 수입액을 달러 당 1300원 기준의 한화로 환산하면 약 32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 수급불균형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인한 2022년 국제유가 급등이 주요인이지만 국내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의 수요예측 실패에 따라 천연가스 현물구매가 늘어난 것도 그 하나라 할 수 있다. 국내 천연가스 수요예측의 현황과 문제점 및 그로 인해 발생된 추가 비용부담 등 개선과제를 짚어본다.

■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 및 가스공사 장기도입계획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과 관련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1조(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에 의거하며, 향후 20년을 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고, 그 하위에 전력수급 기본계획,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이 관련 법령에 의거 2년마다 수립된다. 

이런 계획들은 최소 10년 이상 기본방향, 장기전망, 설비·시설계획, 수요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계획들이 정부 주도하에 면밀히 검토돼 최종적으로 확정·발표되고 관련 정책들이 이행되고 있으나, 최근 전력시장에서 원전, 석탄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LNG 대체 발전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천연가스 장기 수급계획은 발전용 및 도시가스용의 10년 이상 수요를 전망하고 그에 따른 장기도입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도시가스 수요는 도시가스사업법 제18조(가스의 공급계획)에 의거 도시가스 사업자가 5년간의 가스공급계획을 제출하고 그에 따른 수요를 예측하고 있으며, 전력수요는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근거로 함에 따라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확정된 후 그 내용을 반영해 천연가스 장기 수급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에 해당되는 제13~14차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 대비 실적을 살펴보면 도시가스의 계획수요는 1800만톤 수준이었고, 판매실적은 1900만톤으로 계획대비 5% 이내에서 움직였다. 반면 발전용 수요는 계획은 900만~1300만 톤 이었으나 판매실적은 1400만~1800만 톤으로 계획대비 최소 30%, 최대 10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의 수급관리에 어려움이 초래되면서 계획대비 초과 물량은 현물구매로 이어졌다.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발전용 수요예측 실패가 전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것이라고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가동에 들어갔어야 할 원전은 신고리4호기부터 신한울 3호기까지 모두 6기, 설비 용량은 8.4GW(기가와트)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신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2019년 8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고리4호기 하나뿐이다. 계획대로면 지난해 말 30GW를 웃돌았어야 할 국내 원전 설비 용량이 탈원전 정책으로 24.7GW에 머물렀다. 크게 줄어든 원전의 빈자리는 LNG발전이 메웠다. 추가된 LNG발전의 천연가스 수요는 계획된 물량이 아니다 보니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스팟으로 1100만톤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타 석유시장과 달리 가스전 상업개발 이전에 구매자가 확정된다. 5~20년 장기계약과 ’Take or Pay‘를 기본으로 하는 경직된 계약구조로, 필요 물량은 최소 4~5년 전에 계약해야 도입이 가능한 구조이다. 2022년 기준 한국가스공사의 장기도입 물량은 2822만톤으로 2012년 1월 계약한 미국 사빈패스 물량이 2017년 도입된 이후 신규 추가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제13~14차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에서 제대로 된 발전용의 추가 수요를 고려할 경우 가스공사는 추가로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다.

■ 천연가스 장기계약 물량배부 기준
2021년 말 부터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스팟가격은 장기도입물량 가격대비 최대 10배 폭등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작년까지 스팟가격은 장기도입물량 가격대비 2.5~3배 비싼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용의 계획대비 초과수요를 스팟물량으로 채워야 했고, 그에 따라 막대한 추가 구매비용이 발생됐다. 

지난 2021년까지는 장기물량가격과 스팟가격의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2021년 말부터 스팟가격이 폭등하면서 용도별 장기물량 배부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발전 측에서는 계획물량이 아닌 실적 기준으로 물량 배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발전 측에서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을 전 도시가스 수용가에게 부담시키자는 것으로 국내 에너지 시장을 한층 더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의 장기계약물량 2822만톤은 최소 5년 전 국내 도시가스와 발전용의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공사는 2022년 3990만톤의 천연가스를 도입했는데 그중 약 1100만톤은 스팟으로 구매했다. 당초 계획에서 벗어난 1100만톤 추가 물량에 대한 비용부담 주체는 추가 수요를 유발시킨 원인자가 부담하는 게 당연지사다.

그러나 2021년 한전이 5조8601억원이라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2년 장기도입계약 물량을 장기수급계획 상 반영된 용도별 물량이 아닌 정부 중재(?)안으로 도시가스 56.7, 발전 43.3으로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도시가스가 발전용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산업용 경쟁력 저하는 물론 동절기 주택용 난방요금 폭탄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도시가스사업 개시 이래 최고의 어려움을 겪었다.

■ 개선방안 및 제안
지금까지 도시가스의 장기수급계획 물량과 실제 수요와의 오차율은 5% 미만이다. 가스공사 장기도입 계획상의 도시가스 물량은 기저로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급계획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발전용은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에서는 먼저 확정된 전력수급 계획을 근간으로 발전용 수요를 장단기 도입물량에 반영하고 있으나, 전력수요의 과소 예측으로 인해 도입물량 계획대비 실제 수요가 항상 초과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더욱이 최근 3년 전부터는 저유가로 인한 구매자시장이 형성되자 직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스공사의 중장기 도입물량에 발전용은 더 줄어들었고, 여기에 정부의 석탄발전 및 원전 축소에 따른 대체 발전원으로 천연가스의 발전용 증가는 장기도입 계획과는 전혀 인과관계가 발생되지 않았다.

천연가스 중장기 도입계약은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근거로 체결하고 도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2023년도 단기 용도별 배부물량은 제13차 또는 14차 장기수급계획에 근거한 물량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장기물량 배부가 중재안이 아닌 관련 법을 근거로 해 수립해야 하고, 또 정부가 발표한 계획을 근간으로 배부해야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 기본계획, 천연가스 장기수급계획 등 국가적 측면에서 안정적 에너지 수급의 근간이 되는 계획은 이념이 아닌 현실과 합리적인 전망을 근거로 수립돼야 한다. 또한 이해 관계자들은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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