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산 대체...전년比 7.6%p↑
도입선 다변화로 美 수입물량도 꾸준한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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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21일 한국석유공사 여수비축기지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의 카고선박이 원유 200만배럴을 실은 채 접안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투뉴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중동산 원유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시행, 그 여파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대(對)러시아 원유수입 비중은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고 대신 중동산 원유가 대폭 늘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원유수입량은 전체 10억3128만배럴을 기록했다. 국내 원유 수입물량은 연간 10억배럴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10억배럴을 넘어선 뒤 2017년 11억1817만배럴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매년 수입량이 줄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10억배럴 아래로 떨어진 9억8026만배럴과 9억6015만배럴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년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수입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중동 6억9512만배럴(67.4%)이 제일 많았고 아메리카 2억460만배럴(19.8%), 아시아 9142만배럴(8.9%), 아프리카 2770만배럴(2.7%), 유럽 1244만배럴(1.2%)이 뒤를 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중동은 1억2069만배럴(7.6%p↑) 크게 늘었다.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조치가 내려지면서 중동지역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

반면 아시아 2251만배럴(3.0%p↓), 아프리카 430만배럴(0.6%p↓), 유럽 2316만배럴(2.5%p↓) 모두 줄었다. 아메리카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체 분모(수입물량)가 커졌기 때문에 1.5%p 줄었다. 특히 대아메리카 원유수입 비중은 미국이 원유수출을 재개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동지역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 증가분이 가장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수입물량은 3억3957만배럴로 전년보다 5780만배럴 증가했다. 비율로 보면 2021년 29.3%에서 지난해 32.9%로 3.6%p 늘었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는 2844만배럴, 이라크도 2706만배럴 각각 늘었다.  

반대로 러시아는 물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러시아 물량은 2098만배럴을 기록, 전년 5375만배럴에서 절반 이상 빠졌다. 2009년 이래 13년만에 2000만배럴대로 내려앉은 수치다. 전체 비중 역시 2021년 5.6%에서 2.0%로 크게 줄었다. 

월별로 보면 감소세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4월까지 대러시아 수입물량은 평년(월 300만~500만배럴) 수준을 보이다가 중순 이후 급감했다. 5월 70만배럴, 6·9·10·11월 모두 77만배럴을 기록하는 등 형식적인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8월과 12월 수입량은 '0'다. 올해(3월까지) 역시 집계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안정적 물량확보 위해 중동산 선호
국제에너지기구(IEA) '오일 마켓 리포트'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러시아 원유수출 규모는 러-우 사태가 발발한 시점 대비 일 40만배럴 감소한 780만배럴로 나타났다. 2020년 5월부터 세계 두번째 원유 생산국이었던 러시아는 지난해 4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대 생산국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러시아 의존도가 낮아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러시아 수입 비중은 5.6%인 반면 유럽은 29.7%에 달한다. 

대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중동 의존도가 높다. 중동 4개국(이라크·쿠웨이트·사우디·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원유수입 의존도는 일본(91.8%)이 제일 높고, 인도(60.9%), 한국(60.0%), 싱가포르(56.4%), 중국(49.0%) 순이다.

러시아산 수입물량이 적다 하더라도 국내 정유업계는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했다. 이에 지리적으로 가까워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보다 안정적으로 물량확보가 가능한 중동을 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 3월 '대중동 원유수입 비중 확대배경' 보고서에서 "물론 미국을 대체 수입처로 고려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미국산 원유수입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수급 불안정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스팟계약 위주인 미국산 원유를 확대할 경우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어 이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 수입원이 특정 국가에 편중될 경우 향후 우리 정유사의 가격 협상력도 저하될 수 있다"면서 "올해도 중국의 석유수요 회복 등으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우리나라 2대 원유 수입국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중동산 원유 비중을 낮춰 왔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 역시 법적근거를 통해 정유사의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제27조(부과금의 환급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석유정제업자 원유수입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미주(美洲), 유럽 또는 아프리카 등에서 2024년 12월 31일까지 수입한 원유는 (중략) 징수한 부과금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장관이 고시한 방법에 따라 환급금을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 들여온 원유의 수입비용 일부를 환급해 준다는 얘기다.

그 결과 중동산 원유 비중은 2016년 85.9%에서 2021년 59.8%를 기록, 5년 새 26.1%p가 줄었다. 60% 이하로 집계된 것은 1986년 이후 35년 만이다.

줄인 물량은 아메리카에서 주로 메꿨다. 특히 미국산 원유는 수입을 본격 시작한 2016년부터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1년에는 쿠웨이트를 제치고 우리나라 2대 원유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 2016년 245만배럴에서 2017년 1343만배럴, 2018년 6094만배럴, 2019년 1억3789만배럴, 2020년 1억441만배럴, 2021년 1억1867만배럴, 지난해 1억3641만배럴을 각각 기록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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