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기준없이 가격만 보다보니 시장 뺏겨
제각각 놀던 업계, 정부 지원책 힘입어 성장 예고
송효택 금속재자원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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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택 금속재자원산업협회 부회장이 업계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중국이 국내 폐금속자원을 쓸어 담고 있다. 국내 폐금속자원 중 우리가 소화하는 물량은 40%, 나머지는 거진 중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건비 경쟁에서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세계 각국이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등 공급망 확보가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우리정부 역시 자원을 과거와 달리 안보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 때는 '자원개발률'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투자·개발에 중점을 뒀지만, 현재는 보다 더 큰 개념으로 마주하고 있다. 

2021년 요소수 사태를 겪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자원안보법 관련 법안이 3개나 발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자원화산업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광물은 석유·가스와 달리 소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환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 폐패널과 같은 폐금속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8일 수서역 인근 협회 사무실에서 송효택 금속재자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만났다. 송 부회장은 지난 30여년간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전자산업환경협회, 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현 E-순환거버넌스)에 몸담은 금속·재활용 분야 베테랑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폐금속 상당량이 해외로 반출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도착지는 대부분 중국이다. 

그는 "폐금속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유통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가기 때문에 막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절반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또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 원자재인 만큼 폐배터리에선 다시 리튬을 뽑아낼 수 있다. 그는 "국내 전기차 폐차 10대 중 7대가 완차 그대로 중국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재 많은 것을 중국에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버장비 내 인쇄회로기판.
▲서버장비 내 인쇄회로기판.

◆인쇄회로기판(PCB)에서 금·은·동 뽑아
현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폐금속은 인쇄회로기판이다. 기판은 금·은·동과 같은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으로 만든다. 기판이 없는 가전제품은 없다. 사람이 직접 투입돼 기판 속 금속을 분리하고, 정·제련 업체가 그것을 녹여 금 등을 추출한다. 해당 작업은 비교적 쉬운 난이도에 속한다고 한다.

문제는 희유금속이다. 기판에는 백금이나 팔라듐과 같은 희유금속도 있는데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기술적 제약도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폐금속이 있어야 한단다.

실제 국내 희유금속 재자원화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국내 재자원화산업은 상대적으로 경제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철과 범용비철에만 쏠려 있다. 주요 희소금속의 재자원화율은 1% 미만으로 크게 저조하며, 특히 리튬의 재자원화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송 부회장은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도시광산을 통해 폐금속을 비축하고 있다. 도시광산은 본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이후 국내로 넘어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광산은 핸드폰 등에서 금속을 직접 추출하는 것이지만, 현지에서는 비축을 주업무로 한다. 

그는 "일본에서는 실제 폐광에 금속을 비축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성이 낮을 수 있으니 양이 모이거나 또는 상황이 급변했을 때 꺼내 사용하자는 취지다. 일본은 굵직한 기업들이 도시광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재자원화 업계, 리더도 기준도 없이 각자도생
송 부회장은 업계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체계부터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구심점도, 기준도, 법적근거도 없어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해외광물자원개발협의회 정기총회 주제발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재자원화 업체는 2016년 기준 1000여개다. 2008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단 업체규모는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다. 직원 10인 이하 기업이 전체 77%다.

이처럼 업체가 고만고만하다 보니 업계를 이끌어 줄 리더가 없었다. 무엇보다 재자원화 관련 어떠한 법적근거가 없다. 그렇다 보니 오로지 돈(입찰가격)에만 움직이는 시장이 만들어졌고, 그러는 사이 중국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송 부회장은 "금속폐기물은 입찰을 통해 구매하는데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단가를 높게 쓸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호 없이 가격에만 집중하다 보니 현재 꼴이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판이 쌓여 있는 모습.
▲기판이 쌓여 있는 모습.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에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 공급망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직접 나섰다. 

올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통해 재자원화 육성의 뜻을 내비쳤다. 현재 2%에 불과한 재자원화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재자원화 기업들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실증센터와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한다. 융자 등 금융지원도 약속했다.

지난 연말에는 정부 및 7개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핵심광물재자원화포럼'도 창립했다. 산업부, 비철금속협회, 에너지기술평가원, 지질자원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자원리싸이클링학회 등 민관이 모인 거버넌스다. 협회 역시 포함돼 있다.

법적근거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해 12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올 3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원안보법을 발의했다. 자원안보법에는 재자원화 법적근거, 클러스터 구축 등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에는 산자위 야당 간사가 직접 나선 만큼 그간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3월 30일 여·야는 관련 내용을 두고 상임위 차원 공청회를 열었다. 세부적인 차이만 있었을 뿐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남은 7년 동안 업계가 10배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지만 송 부회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정부가 2030년까지 재자원화율을 20%로 올리겠다 했는데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결국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폐금속 물량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업계가 지금보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도 자원유출을 막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금속재자원산업협회는…] 협회는 2011년 6월 사단법인 한국도시광산협회로 출범, 지난해 금속재자원산업협회로 명칭을 바꿨다. 작년부터는 환경부 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환경부와도 협업하고 있다. 고려아연, 성일하이텍, 영풍 등 80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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