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규제 틈새 비집고 테슬라와 협업
한국 배터리제조사 바짝 추격하며 위세

[이투뉴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북미 및 유럽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역학구도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CATL과 BYD, EVE 등 배터리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며 비용 경쟁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이런 중국의 활보가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업체들은 인도네시아에 대규모로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광산 개발에 수질과 토양오염 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러한 활동을 제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산 배터리를 제조하는데는 kWh당 100~13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배터리 산업이 배출하는 양은 독일의 연간 탄소 배출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저가 공략을 내세운 중국산을 견제하고 녹색 기술에 대한 공공과 민간투자를 위해 제정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그린딜은 자국 업체들이 배터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향후 이 경쟁이 어디로 튈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韓, 중국외 시장 점유율 49% 1위…아직은 중국이 추격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3대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 1분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체 64.2GWh를 공급해 전년 대비 45.3%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년 대비 38.8% 증가한 18GWh로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SK온은 4.6% 증가한 7GWh로 4위, 삼성SDI는 54.4% 증가한 6.5GWh로 5위에 올랐다. 

중국기업의 추격이 두드러졌다. CATL은 중국 외 시장에서 24.4%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고, 작년 1분기 대비 79.6%(15.6GWh)의 성장률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격차는 9.6%에서 3.6%로 좁아졌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1분기 자국 외 시장에 29.6%를 공급했다. 6위인 중국의 BYD는 가격 경쟁력을 통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으며 유럽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SNE리서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IRA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한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럽 원자재법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한국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생산라인 확대와 기술적 우위, 미국의 세금공제의 혜택을 누리며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배터리 수출은 2030년까지 연평균 33%씩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0.3%씩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1분기 시장 점유율을 6% 늘리며 자국외 시장에서 한국 경쟁사들을 뒤쫒고 있다. 

◆ 中 배터리 제조사들 1분기에만 점유율 6% 늘려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는 8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유럽에서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컨설팅회사인 로듐 그룹과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10년 만에 최저치다.  

유럽내 중국인 FDI 감소는 중국의 인수합병이 줄면서 두드러졌지만, 중국 기업들의 녹색산업 분야 투자는 안정세를 보였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녹색 투자가 인수합병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로듐 그룹의 아가사 크라츠 이사는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유럽의 녹색 전환의 주요 주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산업 투자의 증가는 주로 독일과 헝가리, 영국, 프랑스에 공장을 건설하려는 중국 배터리 대기업들의 계획으로 주도되고 있다. 지난해 CATL과 Svolt 등 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유럽에서 생산라인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은 양날의 검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능력 증가는 급증하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내연 기관차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술과 제조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유럽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 녹색 산업, 특히 자동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투입됐다.

지난해 유럽내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의 57%는 녹색 산업이다. 유럽은 전력화와 녹색 전환에 엄격한 규제를 갖고 있지만, 배터리 생산과 공급 면에서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 중국 제조사들에게 뒤처져 있다. 유럽 현지에서 운영을 시작하는 중국 제조사들은 관세와 운송 비용을 피하고 수출입을 막을 수 있는 정치적 장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IRA 간접 수혜 中 CATL, 한국 배터리기업 압박
중국 CATL사 배터리로 구동되는 테슬라는 최근 미국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추가돼 IRA의 간접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달초 테슬라 모델3 장거리 AWD를 IRA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는 차량은 32대에서 33대로 늘었다. 보조금 규모는 3750달러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미국 보조금을 받는 CATL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RWD가 유일했다.

CATL이 보조금 혜택을 직접 받지는 않지만, 테슬라 모델의 소매가격이 하락하며 수요 증가로 간접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CATL의 배터리 보조금 지급이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IRA 지침에 따르면, 각각 3750달러씩 7500달러 보조금을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생산 및 조립되어야 하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최소 40%는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 생산 및 가공되어야 한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가 핵심 광물을 직접 구매해 CATL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IRA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은 개발 및 생산 전문성을 전수하면서 테슬라와 포드 등과 제휴를 맺고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관세 장벽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회로를 선택해 경쟁 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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