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실천대회서 당·정 요구 고강도 자구책 발표
정사장 "전기에 임직원 땀방울 녹아있음을 기억해 달라"

▲정승일 한전 사장이 12일 본사에서 열린 비상경영 경영혁신 실천대회에서 재무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12일 본사에서 열린 비상경영 경영혁신 실천대회에서 재무구조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투뉴스] 한전(사장 정승일)이 재정건전화를 위해 수도권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조직 인력을 효율화하는 한편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을 추진한다. 전기요금 조정을 앞두고 당·정이 요구한 고강도 자구책 마련 일환이다. 정승일 사장은 국민의힘 측 퇴진요구를 받아들여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전은 12일 나주혁신도시 본사에서 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에서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도전적인 재무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 재정건전화 계획 매각대상이었던 44개 자산외에도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아래 알짜자산으로 통하는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까지 팔기로 했다. 한강변과 접한 남서울본부는 국회나 금융가와 가까운 요충지인데다 지하에 변전시설이 있어 그간 매각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당·정의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지상 상층부만 분리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내놨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한전 아트센터 3개층과 서인천지사 등 수도권내 10개 사옥도 임대자산 목록에 추가했다. 한전은 "지자체 지구단계획과 연계한 매각이나 제안공모 등 혁신적 방식을 도입해 매각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인력도 사실상 감축한다. 올해 1월 업무통합과 조정으로 에너지공기업 최대규모인 496명의 정원을 감축한데 이어 전력수요 증가와 에너지신산업 확대로 확충이 필요한 1600여명을 기존 인력 디지털화, 사업소 재편, 업무 광역화 등으로 자체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창구 및 변전소 무인화, 설비관리 자동화 및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직원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반납도 추진한다. 전력그룹사를 포함 2직급 이상 임직원 인상분을 전액 반납하고, 한전의 경우 3직급 직원 인상분 절반을 회수하기로 했다. 성과급의 경우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는 내달께 1직급 이상은 전액, 2직급은 50%이상 반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모은 기금은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한전은 전력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력설비 건설시기와 규모를 늦추거나 줄여 1조3000억원을 절감하고, 일상 경상경비도 1조2000억원 추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운영예비력 기준과 수요입찰 예측정확도 개선, 석탄발전상한제 탄력적 운영 등 전력시장제 개선으로 영업비의 90%를 차지하는 전력구입비를 2조8000억원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한전 측은 "고강도 자구책을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추진하고 전 임직원이 경영체계 전반에 걸친 과감한 혁신으로 적극 동참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표 에너지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승일 사장은 이날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앞두고 가진 임원들과 화상회의에서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어 '전기료 정상화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자로 한전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사의표명을 공식화 했다. 

정 사장은 입장문에서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 차질과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감안해 전기료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1년이 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한전은 국민경제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불철주야 소임을 다해 왔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에는 한전 임직원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전 적자를 이유로 정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지난달 28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정 사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이어 “자구 노력도 못 한다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며 퇴진을 거듭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지낸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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