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부문 아닌 전기위주 사업만 수익…열요금 제도개선 필수
소규모 사업자 M&A로 '열+전기' 적정규모 병행 유도해야

발전비중 상위 및 직도입 업체 빼고 대다수 수렁으로

[이투뉴스] 지난해 국내 지역난방(구역전기 포함) 부문 집단에너지사업자의 70%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모두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대다수가 감소했거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치솟은 천연가스가격에 비해 열요금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심지어 최적의 사업구조를 가진 한국지역난방공사마저 역대 최대인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반면 발전용량이 큰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열판매가 적은 사업자의 경우 전기부문 약진에 힘입어 전년대비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직도입 LNG를 사용하는 사업자의 경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영능력이나 독자적인 경쟁력이 아닌 어떠한 사업구조를 가졌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업계는 ‘부익부 빈익빈’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쓰였다. 한난이나 GS파워처럼 발전설비 용량이 크고, 공급세대가 많은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였기 때문이다. 비록 발전용량이 크더라도 사업을 착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형업체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형 설치사업의 특성상 초기에 어렵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사업구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부문 위주의 사업구조에 직도입 LNG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약진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시장개편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열요금 구조와 함께 집단에너지 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의 취지가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하는 사업임에도 전력 위주의 사업자에게 오히려 유리한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미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열요금 구조로는 벗어날 길이 없다. LNG 스팟물량 도입비용을 발전·집단에너지용에 모두 떠넘기고 있어 열제약발전 시에는 손해가 더 커진다. 정책·제도 모든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열매출보다 253배 많은 전기매출 업체도
강원 춘천시에 있는 춘천에너지는 열매출은 23억원에 불과하지만 전기매출은 이보다 250배가 많은 5086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매년 적자상태에서 지난해 전기판매 호조로 402억원의 영업이익과 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물론 열공급세대가 아직 4000여 세대에 불과하는 등 사업 초기라는 측면은 있지만 422MW 규모의 대형 열병합발전소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지난해 나름 탄탄한 실적을 낸 대구그린파워의 전기매출이 열매출보다 75배 많고, 평택에너지서비스 역시 27배 넘게 차이가 났다. 여기에 DS파워도 22배, 대륜발전과 나래에너지서비스도 열매출보다 전기매출이 10배 가량 많았다.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GS파워 역시 전기매출이 열보다 5배 가까이 많았다. 한난이 열매출(1조3345억원)대비 전기매출(2조8242억원)로 2.1배 많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매출이  높을수록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 역시 대부분 전기판매를 통해 달성했다. GS파워가 전기부문에서 무려 2465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고, 평택에너지서비스도 935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밖에 나래에너지서비스, DS파워, 춘천에너지, 대구그린파워, 대륜발전 등 400MW 이상 발전소를 가진 대형업체 모두 전기부문 영업이익으로 열부문 손실을 메꾸고도 남아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 건설한 고효율-대용량 발전소일수록 유리하고, 직도입 LNG를 사용해 연료비까지 강점을 가진 업체가 치고 올라갈 수빆에 없는 구조다.  

반면 열부문은 모두 죽을 쒔다. GS파워 만이 열부문에서 111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을 뿐 나머지 업체 중 단 한 곳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심지어 한난은 열부문에서 3908억원의 손실을 봤을 정도다. 전기와 열을 직판하는 구역전기의 경우 부산정관에너지(매출 580억원, 당기순손실 318억원)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이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적자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열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원가구조와 전혀 다른 지역난방 요금구조 때문이다. 연료인 LNG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반면 열요금 조정은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가스공사의 LNG 공급가격은 2년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올랐지만 열요금 조정은 두 차례에 걸쳐 사용요금 기준 37.8%만 올라 생산원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지난해 평균 생산원가 15만∼18만원/Gcal 수준인 난방열을 소비자에 10만원에 공급했다. 적자를 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지역난방 열요금 조정이 생산원가와 무관한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연동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올해 역시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상황은 같지만 동절기 난방비 폭탄 여파로 최근까지 요금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전기나 가스의 경우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지만 완충 공간이 전혀 없는 집단에너지만 골병이 드는 중이다.

▲천연가스 공급가격과 열요금 추이.
▲천연가스 공급가격과 열요금 추이.

◆열요금 제도개선 없이는 지속가능발전 불가
산업부와 지역난방업계는 그동안 수차례 열요금 제도개선에 나서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열요금 상한을 한난요금 대비 110%까지 올리는 등 일부 개선도 이뤘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봉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사업자들은 더 이상의 미봉책으로는 고질적인 열요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 3월 한난 공급규정의 단서조항을 삭제하도록 승인, 도시가스 요금조정에 따른 민감도를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가스공사 미수금이 연료비에 반영돼 민감도 13.12% 적용에서 천연가스와 직접 관련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86.64%로 적용됐다. 사업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열요금 제도개선 관련 다른 사안에 대해선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연동제 탈피를 통한 적기 열요금 조정을 비롯해 도시가스 연동 외 긴급조정 규정 마련, 가스공사 연료비 배부기준 변경(도시가스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열제약발전량에 대한 스팟물량價 적용 제외)이 그것이다. 여기에 미활용에너지 및 열연계 시 인센티브 범위 확대, 투자보수율 상향 등도 하루빨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춘 한난을 기준요금으로 정하기 보다 사업자별 생산원가 반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별 또는 지역별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놓는다. 이 경우 열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도시가스 등 경쟁연료가 있는 만큼 국민 수용성이 어느 수준까지 뒷받침해 줄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초기 어려움을 겪다 점차 안착하고 있는 나래에너지서비스, 청라에너지, 인천종합에너지 등도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 위례에너지서비스, 별내에너지, 미래엔인천에너지 등과의 합병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와 설비운영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및 탄소중립 달성을 감안할 때 에너지효율 향상 및 온실가스 저감에 최적화된 집단에너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열요금 제도를 비롯해 분산편익에 대한 보상 강화 등 말뿐이 아닌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정책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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