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작년말 기준 제주도 전력설비용량은 LNG발전소 등의 중앙급전 910MW, 태양광 580MW, 풍력 295MW 등 모두 1813MW이다. 육지와 연결된 연계선(HVDC) 2개 라인 400MW를 포함하면 전체 가용 설비량은 2213MW. 2015년(1294MW) 용량의 갑절 수준이다. 중앙급전이 590MW에서 910MW로, 태양광이 76MW에서 580MW로 각각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기간 전원믹스는 더 큰 변화를 겪었다. 제주가 외부서 얼마나 전력을 조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인 연계선 비중이 36.3%에서 26.4%로 감소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9.4%에서 19.1%로 두배 증가했다. 풍력발전이 2015년 7.3%에서 작년 8.8%로 다소 더디게 늘어나는 사이 태양광 비중(1.6%)이 10.0%까지 증가했다.  

물론 제주도가 10년 전 선언한 ‘2030년 탄소없는 섬(CFI 2030)’ 목표를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8년간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지 못한 것(2015년 54.2%, 작년 53.1%)도 시사점이 많다. 정책과 기술, 두 측면을 모두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제주에서 최근 오가는 에너지전환 논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머잖아 육지에서 어떤 미래가 전개될 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보상 없는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은 점점 빈도와 양이 늘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발전사업허가와 전원 확충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흡사 체한 사람이 계속 밥을 먹고, 수습 안된 교통사고 현장으로 대형트럭이 줄지어 내달리는 상황이다.

제3 연계선(완도~동제주)도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완공될 즈음이면, 제주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육지로 보내기보다 호남에서 소화하지 못한 전력을 되받아야 할 수 있다. 제주는 이렇게 재생에너지 20%에서 CFI의 꿈을 접어야 하는 걸까.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제주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 전력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와 자유로운 요금설계를 허용하고, 경부하 시간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열이나 수소 등으로 전환하는 섹터커플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호언했다. 제주에서 성공적인 에너지전환 사례를 만들어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하지만 2년 만에 그런 계획이 종적을 감췄다. 도민들 역시 제주2공항 건설에만 관심이 쏠려 있고 대단위 전력수요를 어떻게, 얼마나 환경친화적으로 조달할지 관심이 없다. 퍼스트무버로 에너지신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제주를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만 늘린다고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기요금과 전력시장제도, 전력수급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고선 한계가 명확하다. 모든 조건을 갖춘 제주서도 못하는데 육지는 말해봐야 무엇하겠는가.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