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감, 고객센터수수료 인상, 투자보수 등 7원/㎥ 인상 요인
적정수준 미반영 시 안전·안정공급 투자 및 서비스향상 차질 우려

▲수도권의 도시가스공급비용 인상요인 크게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와 인천시·경기도의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수도권의 도시가스공급비용 인상요인이 크게 발생한 가운데 이의 반영을 놓고 서울시와 인천시·경기도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이투뉴스]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시즌을 맞아 전국 각 시·도별로 비용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도권 지자체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수도권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울도시가스, 코원에너지서비스, 예스코, 대륜이엔에스, 귀뚜라미에너지, 삼천리, 인천도시가스 등 7곳의 판매물량이 두자릿수 이상 역대 최저수준으로 급감하면서 큰 폭의 인상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가 최소한의 인상요인이라도 반영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실상을 외면하는 분위기이다. 이로 인해  안전·안정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권을 잡은 새 정부마다 인상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않은 전기·가스요금으로 인해 올해 초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난방비 폭탄’ 이슈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자칫 ‘폭탄 돌리기’ 행정에 따른 폐해가 도시가스 분야에도 그대로 빚어질까 걱정스럽다. 조정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 측면에서 민간기업의 경영 애로에 그치지 않고 안전·안정공급이나 고객서비스 향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동안 도시가스공급비용 산정 연구용역 결과와는 관계없이 서울시가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조정분을 반영하지 않거나, 이월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사례가 허다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소비자요금 구성
▲소비자요금 구성

매년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조정시기가 되면 속앓이를 하는 게 서울지역 5개 도시가스사 실무진의 일상이 된지 오래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하다. ㎥당 1~2원을 놓고 샅바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MJ당 0.1627원, ㎥당 7원 안팎의 인상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소비자요금은 도매요금에 소매공급비용을 더해 결정된다. 전체 요금의 93.4%를 차지하는 도매요금은 천연가스 원료비 79.4%와 한국가스공사의 공급비용 14.1%로 구성된다. 나머지 6.6%를 차지하는 소매공급비용은 일반도시가스사업자의 공급비용이다. 도시가스사의 소매공급비용은 소요비용인 적정원가에 투자보수의 합을 3년간 평균판매량으로 나눠 산정된다.   

문제는 서울시 권역 5개 도시가스사의 판매물량이 올해 들어 예상을 벗어난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총괄원가가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판매물량이 떨어지면 공급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판매물량은 천연가스 원료비 급등에 따른 도매요금 인상과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40억9800만㎥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억4900만㎥ 보다 5.8% 줄어든 물량으로, 이에 따른 공급비용 인상폭은 ㎥당 4.3원에 달한다. 

▲소매공급비용 구성
▲소매공급비용 구성

여기에 서울시의 생활형임금이 지난해 시간당 1만766원에서 올해 1만1175원으로 약 3.7% 인상돼 그만큼 고객센터수수료도 올라야 한다. 이로 인한 공급비용 인상요인도 ㎥당 1.7원 수준. 이는 공급비용 조정과 상관없이 도시가스사가 고객센터의 도시가스 검침·점검원에게 지급해야하는 금액이다. 고객센터로 지급되는 검침비, 송달비, 안전점검비, 계량기교체비는 주택용 기본요금의 88%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부터 1000원으로 동결되어온 기본요금을 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이자율 상향에 따른 투자보수율 증가도 ㎥당 1원 정도의 공급비용 인상효과를 가져온다. 5년 만기 국고채 이자율이 1.72%에서 3.31%로 1.59%P 오른데 따른 공급비용 증가분이다. 아울러 사회적 배려대상자 요금경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강화도 비용 부담을 더한다.    

◆가스공사 도매공급비용은 8.2원/㎥ 인상
이처럼 판매물량 급감, 고객센터수수료 상향, 투자보수율 증가 등으로 올해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 인상요인이 ㎥당 7원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공공요금 안정책을 내세우며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2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지방 공공요금 인상이 주된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불가피한 인상요인이 있다면 시기를 최대한 이연·분산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도시가스공급비용 조정을 외면하는 서울시의 입장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이미 1분기에 택시요금을 올린데 이어 하반기에 지하철 및 버스요금을 올리는 방안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공급비용 산정기준에도 어긋난다. 산정기준 제2조8항은 ‘시·도지사는 사업자가 수립하고 시·도와 사전에 협의한 안전관리투자계획에 따른 투자비가 공급비용 승인과정에서 임의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을 외면하는 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이미 지난해 공급비용 산정 시 당시 공급비용 인상분 ㎥당 0.67원을 이연키로 공문으로 보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데 따른 신뢰성 추락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이 원료비 하락 영향으로 6.8% 내렸음에도 도매공급비용은 11.6% 오른 것도 소매공급비용 인상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대목이다. 지난 1일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은 전월보다 평균 MJ당 1.3778원, ㎥당 약 59원 내렸지만 도매공급비용은 평균 MJ당 0.192원, ㎥당 약 8.2원 인상됐다. 원료비 상승분 미반영에 따른 미수금 증가와는 별도로 한국가스공사의 운영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도시가스업계에서 적정 인상요인이 제때 반영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매년 인상되는 고객센터수수료와 최근 난방비 이슈로 인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경감조치 확대에 따른 추가적 비용 집행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요금 승인권자로서 시민 권익을 살펴야하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은 일관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도시가스의 안전·안정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공급비용 산정기준의 취지를 지켜달라는 요구에 서울시가 전향적인 행보를 펼칠지, 아니면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성 행정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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