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 제재 불구 석유 수출량 코로아 이후 최고
반면 석유판매 수익은 감소세, 세계 석유시장 재편

[이투뉴스]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산 석유수입 제재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러시아산 원유가 아시아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은 러시아산 뿐만 아니라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도 수입하고 있어 세계 석유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중국과 인도는 원유 수입량의 30% 이상을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 3개국에서 들여왔다고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가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보다 12%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기존 공급업체들의 수출이 압박을 받고 있다. 서아프리카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40%, 35% 이상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석유회사 시노켐에너지의 왕 능쿠안 경제학자는 “분명히 아시아 바이어들이 저렴한 석유 가격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승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인도를 주축으로 아시아 지역이 러시아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되면서 러시아가 석유 수출을 정상 규모로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고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에 약 1억 배럴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석유 시장의 유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와 제품 유통을 금지하고 유가 상한제를 적용해 러시아산을 밀어냈다. 이 시스템은 러시아의 수익을 억제하면서 세계 석유시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소는 “아시아 내에서 러시아 수출량의 약 90%가 인도와 중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는 석유 수출 방향을 옮기는데 성공했지만 기존 고객 대부분을 잃었으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만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들에게 시장 지배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가장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국영은행인 바로다은행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은 2021년 2%에 불과했으나 최근 20%까지 확대됐다. 

중국은 하루 80만 배럴 상당의 가장 많은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했다. 중국은 대부분을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현재 가장 큰 공급국이다. ‘시베리아의 힘’으로 알려진 신규 파이프라인이 2030년 내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를 통한 러시아산 수입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구매하며 큰 폭의 할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오랜기간 양국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가해왔다. 

이 밖에 튀르키예도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왔으며, 불가리아도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석유의 해상 수입 금지를 면제했다. 파키스탄 또한 할인가로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의 제재가 의도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혔다. 러시아의 3월 석유 수출량은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미 재무부는 “유가 상한제가 경제적 국가 전략의 새로운 도구다”라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촉진하면서 전쟁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제한하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G7과 EU는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유지시키기 위해 유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EU는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러시아산 정제유 제품의 수입도 금지했다. 러시아의 4월 석유 수출량은 1년 전에 비해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수익은 27% 감소한 것으로 IEA는 추산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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