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2분기에 들어선지 한달여가 지난 시기에 뒤늦게 전기요금을 원가 상승에 크게 못 미치는 폭으로 찔끔 인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이 싫어하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요금을 올리고 싶지 않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커져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각각 3020원, 4400원 가량 인상하도록 승인했다. 이는 현행 요금보다 약 5.3%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료는 kWh당 8.0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각각 인상한 것으로 앞서 1분기에도 전기요금을 11.4원 올렸다.

이른바 원료인 콩값보다 싼 두부값으로 비유되는 전기요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인 석탄과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한다고는 했으나 이를 실천하지 않아 원료값 상승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한전은 지난해 무려 32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들어서도 1분기에 6조2000억원의 추가 영업손실을 입었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역시 11조6000억원으로 작년말 8조6000억원에서 올들어 3개월 동안 3조원이 증가했다.

한전의 적자 누적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넘어간다. 한전이 적자가 쌓이면서 한전채를 대거 발행해 채권시장을 교란시킴은 물론이고 적정이윤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해 해가 갈수록 국민에게 손해를 끼치도록 되어 있다.

공공요금의 이런 성격 때문에 모든 국가들은 가능한한 원가를 반영해 가격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가정용 전기요금이 우리나라의 2배 수준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6월부터 지역별로 14~42% 인상할 예정이다. 일본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344원으로 우리나라의 155원에 비해 두배 수준이다.

일본이 이처럼 전기요금이 높은 수준인데도 다시 대폭적인 요금인상을 허용한 것은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고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전기요금 체계로 전기절약에 대한 동인을 제공하지 못 할뿐 아니라 에너지절약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전기로 에너지 사용이 집중되는 전기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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