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법률 국회 계류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혁신노력에도 불구하고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돼왔다. 특히 설립목적외의 사업진출, 과다한 임금인상, 불필요한 조직·인력운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획예산처는 이같은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낙하산인사 견제 ▲주무부처의 사업과 경영의 분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했고, 그 법안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 계류 중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법안의 추진 경위 및 내용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방만경영ㆍ도덕적 해이 '고질병'

2. 공공기관의 표준모델

기획예산처가 지난 6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국회에 제출하게 된 계기는 감사원의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결과에 기인했다.


지난해 7월에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공공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노력에도 불구하고 방만경영·도덕적 해이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다한 임금인상, 자회사 남설, 예산방비 등은 내년 되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혁신 추진실태에 대한 점검을 통해 방만경영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공기업 관리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관리 법령 정비 미흡=공기업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이하 '정투법'),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하 '정산법'),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하 '민영화법') 등 3개 법률에 따라 각각 다른 체계로 관리해 효율을 저하시킨다.


특히 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는 지역난방공사 등 6개 공기업을 성격이 다른 정부 출연·보조 기관과 함께 '정산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반면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스공사와 민영화가 어려운 2개 공항공사에 '민영화법'을 계속 적용해 사실상 방만 경영을 초래했다.

 

◆자회사 관리 시스템 미비=자회사도 공기업과 사실상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상법외 다른 관리법령이 없어 불필요한 경비를 지출하는 등 예산낭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5년 감사원의 감사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등 19개 자회사의 최근 3년(2002~2004년) 연평균 1인당 인건비 인상률은 14.2%로서 정부투자기관(7.1%)보다 2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남동발전 등 6개 발전회사는 소액주주가 전혀 없어 소액주주 대표소송 등 보험사고 발생위험이 거의 없는데도 가입 실익이 거의 없는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 총 16억원정도의 예산을 낭비하기도 했다. 또 가스기술공사는 이사 6명 전원을 모기업인 가스공사의 전·현직 직원으로 선임하는 등 인사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배구조 통제시스템 미흡=각 지배구조의 역할이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해 정부지침상 2002년도와 2003년도의 인건비 인상률을 6%와 5% 적용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4%와 12.4%를 각각 인상했다. 반면 감사는 일상감사를 통해 경영진의 이같은 부당행위를 알고도 방조하는가 하면 비상임이사도 이를 알고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자회사 부당지원=공기업이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등을 위배해 출자회사와 공사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거나 자회사가 또 다른 자회사나 퇴직 직원이 설립한 회사를 부당지원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국전력은 출자회사인 한전KDN이 '광케이블 및 배전자동화 시설공사'를 직접수행하지 않고 하도급 시행하는 데도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에 따라 조치하지 않고 계속 수의계약 발주해 4년간 168억원을 추가 부담했다. 한편 남부발전 등 4개 발전회사는 직접 수행해 오던 발전설비 정비 업무를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공(주)에 수의계약 발주해 2년간 125억원을 추가 부담했다.


지역난방기술(주)도 1998년부터 2004년 사이에 퇴직직원이 설립한 H사에 예정가격을 미리 알려 주고 85건 18억원에 달하는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이 지속됨에 따라 감사원은 기획예산처로 하여금 (가칭)'공기업 관리기본법'을 제정해 공기업 및 자회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지난 5월 부처간 합의를 마치고 ▲모든 임원에 대해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추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설치해 경영감독은 운영위, 사업감독은 주무부처가 전담토록 이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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