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공포감에 유가 급락, WTI는 60달러대로 월 마감

[이투뉴스] 5월 유가가 전월대비 7달러 넘게 하락했다. 미국 디폴트 위기감이 유가하락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60달러대로 이달을 마감해 3월 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5월 WTI 가격은 배럴당 평균 71.62달러, 북해산브렌트유(Brent)는 75.69달러, 두바이유는 74.96달러를 기록했다. 4월과 비교하면 WTI는 7.82달러, 브렌트유는 7.67달러, 두바이유는 8.48달러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0달러가량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론 지난해 이맘때쯤 러-우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100달러 넘게 치솟았던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미국 정세가 유가를 직접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맥카시 상원의원이 부채한도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유가는 올랐고, 반대의 경우 급락했다. 

월 기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날은 2일이다. 월초부터 유가는 미 디폴트 위기감에 크게 요동쳤다. 1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상‧하원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미국정부가 이르면 6월 1일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WTI는 5.3%, Brent는 5.0% 하락했다.

반대로 17일에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 중에도 맥카시 하원의장과 전화통화를 계속할 것이며, 귀국 후 직접 만나 협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으며, 맥카시 하원의장 역시 CNBC에 출연해 "우리가 디폴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같은 발언에 WTI는 2.8%, 브렌트유는 2.7% 올랐다. 

최종적으로 양측은 2024년까지 2년간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2024년 회계연도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예산을 최대 1% 증액하는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미 하원은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고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찬성 314표, 반대 117표, 기권 4표를 기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오늘밤 하원은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를 막고 어렵게 이룬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지켜내는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OPEC+의 감산 불확실성도 유가하락을 이끌었다. 오는 4일 OPEC+ 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추가감산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유가하락에 배팅하는 공매도 세력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상반된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국내 기름값은 뚜렷한 안정세를 보였다. 5월 전국 휘발유값은 리터당 1628.1원, 경유값은 1472.0원을 기록했다. 휘발유값은 4주, 경유값은 5주 연속 하락세다. 올초부터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한 휘발유값은 4월에 연중 최고치를 찍은 이후 떨어지고 있다. 경유값은 꾸준한 내리막이다. 1월 대비 200원 이상 싸졌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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