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區 중 16곳 자율적 구역 지정
법제 모르는 주유소사업자 대다수

[이투뉴스] "에이, 무슨 소리에요. 주유소 내부에서는 당연히 금연이죠. 저기 금연팻말도 붙어 있잖아요." (서울 서초구 A주유소 사장) 

서울시 25개구 중 강남구, 강동구, 광진구, 구로구, 동대문구, 동작구, 서대문구, 성동구, 영등포구(가나다순) 등 9개구만이 주유소를 의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주유소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해 자율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 

지난달에는 광주 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으며 흡연하는 차주가 블랙박스에 찍혀 공분을 사기도 했다. 주유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증기(油蒸氣, 기름이 섞인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작은 담배 불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주유소 화재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주유소를 의무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구는 25개구 중 9개구다. 다시 말해 나머지 구의 주유소는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금연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구가 아니라면 설령 주유소에서 담배를 폈다 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실제 현행법상 주유소는 의무 금연구역이 아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는 국회와 청사, 학교, 어린이집, 청소년활동시설, 공항 등을 금연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유소는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주유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다. 주유소 역시 법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

주유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 않은 서초구 주유소 3곳을 확인한 결과 '그럴리가 없다'는 공통된 반응이 나왔다. 서초구 한 주유소 사업자는 "당연히 주유소는 금연이지, 무슨 소리냐"면서 "법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여기서 피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사업자는 "10여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했는데 확실히 과거보다 담배를 피는 차주가 현격히 줄었다"면서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6개월에 한명꼴로 발견되는 것 같다. 차 내부에서 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주유소 금연구역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례가 아닌 국민건강증진법 의무 금연구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지다. 최근 한국석유유통협회(회장 김정훈)는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에 주유소가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중소기업중앙회에 건의했다. 중앙회는 중소기업 현장규제 개선과제로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화장실이나 유류탱크 주변, 진출입로, 차량내부 등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현장에서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조만간 국회와 정부에도 직접 법 개정을 청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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