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에너지환경경제학박사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경색에 대한 대비책을 내어놓은데 이어, 이제 실물경제의 연착륙을 위해 앞 다투어 각종 경제부양책을 내어놓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예외가 아니어서 도로, 항만 등 SOC 시설공사를 확대하는 등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을 내어놓고 있다.

 

이번 위기는 분명 10년전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 나라들이 겪은 금융위기와는 매우 다른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정말 경험도, 돈도 없었다면, 지금은 이미 위기를 극복해본 경험과 함께 대부분의 기업들이 좋은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10년전에 우리는 우리나라의 알짜 기업들을 외국계 자본에게 넘겨야 했었다면, 이제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을 M&A 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대표적인 본보기가 미국계 투자회사인 리만브러더스를 인수하려던 산업은행의 시도로고 할 수 있겠다.

 

해외자원개발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고유가의 지속으로 좋은 광구가 시장에 나오지 못했었는데, 이제 경제위기를 맞은 선진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광구나 자원개발사업들이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국제경제의 침체로 인하여 낮아지고, 수개월 이상 낮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좋은 사업이 낮은 가격에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들이라면 이 기회를 노려볼 만 한 것이다. 

 

혹자는 낮아진 국제유가를 들어 그 전망이 불투명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생산이 진행 중인 광구나 해당 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라면 1~2년의 단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겠지만 자원개발사업의 대부분은 짧게 보아야 3~5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사업이다.

 

우리는 10년전 금융위기를 채 2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회복하였으며, 이후 경제구조가 크게 좋아졌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장기전으로 간다고 하지만, 짧게는 중국이 국제박람회를 개최하는 2010년에, 길게 보아도 2~3년 안에 경기회복이 이루어질 것임을 고려한다면, 지금이여 말로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로서도 지난 8월에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담긴 2030년 석유 가스 자주개발률 40% 목표의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적극적이고 신속한 지원책의 마련 및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자원외교를 지금의 정부주도형에서 기업지원형으로 신속히 바꾸고,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담당할 중앙부처 공무원을 박사특채 등 전문가 특별채용 형태로 선발, 3~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담당하도록 해 정책과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분야의 전문공무원 확대 없이는 에너지자주개발 목표가 2030년까지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고급인력양성, 국제협력사업, R&D 투자 등 산업 및 기술경쟁력의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회는 앞에서 잡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나간 뒤에 후회할 여유를 부리기에는 이런 기회는 다시보기 힘든 드문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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