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력문화재단이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연료사이클 원자력 취재시찰의 장을 마련해 현지를 심도있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일본은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일본이 사용 후 핵연료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은 접했으나 막상 그들의 원자력발전 과정과 시스템을 둘러보고 나니 왠지모를 답답함이 먼저 밀려왔다. 우리는 최근에서야 원전 운영과정에 사용한 장갑 따위의 중ㆍ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결정한 것이 전부다.

 

지금 전국의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고에는 언제 결정될 지 모르는 영구처분장을 기다리며 고준위 방폐물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서둘러 처분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면 방폐물을 처리하지 못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이 원자력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차 세계대전과 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소비가 폭증한 것도 요인이다. 일본은 우리처럼 에너지자원의 96%를 수입해 조달하는 나라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보다 일찍 현실을 직시하고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쓰고 난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사용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완전 개보수한 뒤 수명을 10년 연장하기까지도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았던 우리로서는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아오모리현 로쿠쇼 원자력연료시설 내부에는 풍력발전기와 비축유 시설이 동시에 갖춰져 있어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모습들이다.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 우리는 전체 전력수요의 40%를 원자력에 의지하고 있다. 고유가와 자원고갈 시대에 싼값에 전기를 쓸 수 있는 것도 원자력 덕분이다. 원자력을 통해 사회적 편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공론화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안된다고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원자력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국민 모두가 머릴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2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원자력 발전 6위의 성과를 거둔 한국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국민과 소통되는 정책 마련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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