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후변화 대책이 180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거부했다. 이유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주 일부 주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비디오 연설을 통해 “기후변화 대책을 미루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즉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책을 적극 시행하겠다고 천명한 것.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시 행정부의 안일한 기후변화 대책을 비판해 왔던 오바마 당선자는 “우리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2050년까지는 80%를 줄이기 위해 매년 감축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역설했다.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2012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한다는 목표를 거부하고 나름대로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 16개국회의(APP)’를 신설했다. APP는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주요국회의 체제로 불리며 온실가스 감축을 각국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강제 감축 보다는 에너지 효율개선 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는 “내 대통령 임기 동안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세계 국가를 선도하는) 미국의 리더십이 새로운 장을 열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세계 각국에 과거 부시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노라는 분명하고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규모를 1990년의 80%로 하겠다는 것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목표에 호응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간 미국의 공화당과 재계 일각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들어 오바마의 기후변화 정책 공약 추진을 상당기간 미뤄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같은 요청에 대해 오바마 당선자는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아울러 에너지 절약기술 개발에 1500억달러(약 15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미국 새 행정부의 이같은 기후변화 정책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당장 교토의정서 체제에 복귀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팔을 걷고 나서는 이상 우리나라도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먼저 대책을 수립하는 것 만이 우리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 길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