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렬 기상청 기후변화과학대책과장

산업혁명 이후 늘어난 화석연료의 사용과 토지 이용의 변화로 경제가 발전하고 인류 생활이 부유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밖으로 방출되는 긴 파장의 지구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지구를 데우고 있다.

 

지난 세기에 걸쳐,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산업화 이전 278ppm에서 2005년 379ppm으로 약 36% 증가했고 지구 평균 온도는 약 0.74℃ 상승했다. 
 
이러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65만 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온도 역시 지난 74만 년 중 가장 높다. 지구온난화는 다시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어 급속한 생태계의 변화를 촉발시켰다. 북극의 빙산을 녹여 해수면을 상승시키고 지역에 따라 잦은 홍수와 가뭄을 초래하는 한편 사막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그리고 식물이 휴면할 수 있는 추위를 앗아가 식물의 성장이 더디거나 멈추게 한다. 남태평양의 산호초 섬 투발루가 지구온난화로 가라앉고 있다.

 

21세기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보전이나 재해대응 차원을 넘어 국가식량 및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기후안보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인 공로로 2007년도 노벨평화상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공동 수상한 미국의 전 부통령 엘 고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그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 인류의 최대 당면과제라고 단언하고 있다.

 

IPCC가 제시하고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미래 기후에 대한 예측이라 하기보다 과학적 모델링에 근거한 전망이지만 상당한 수준에서 예상되는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가장 중대한 도전의 하나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세계도처의 해안 주거지 침수 가능성은 지역과 나아가서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은 농업과 생활 환경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세계 많은 지역이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사회 경제적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한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규모의 자원수급 불균형이 증폭돼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원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지역 분쟁 및 기후난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발생한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에서 발생한 내전은 온난화로 가뭄이 심화되자 물을 차지하려는 부족 간 갈등으로 촉발된 것이다.  
 
오늘날 기후변화 아젠다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부분 글로벌 전략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과학정보에 대한 국외의존도가 높아지면 기후변화 협상은 물론, 향후 국가 식량 및 에너지 안보 관리체계에 필수적인 핵심정보 자체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를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국가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필요한 풍력자원지도, 태양에너지자원지도, 수자원지도 등을 개발하였거나 현재 추진 중이다.

 

그리고 국가 신성장동력 창출에 필요한 기후변화과학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기후변화과학대책과를 지난 3월 신설했는데, 이는 21세기 새로운 기후변화 패러다임으로 대두된 국가자원안보에 대한 인식전환의 시발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기상청의 여러 노력 중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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