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태양광 시장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중국의 태양광 산업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누가 뭐래도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번 환란이 없었다면 중국은 과감한 투자와 빠른 기술 추격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평정한 뒤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을 것이다.

 

물론 이번 위기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몰락할 것으로 속단하기도 어렵다. 몇몇 기업은 미리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미뤄왔다는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들 기업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을 기회 삼아 저가 물량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중국보다 위태로운 시장은 이제 막 도약대에 오른 우리 산업일지 모른다. 앞다퉈 시장에 발을 들여놨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할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은 손에 꼽을만큼 적다는 평가다. 여기에 꽉 막힌 내수시장, 폴리실리콘 공급사와의 고가계약 등도 이들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우리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그토록 '수출산업화'를 외치던 정부라면 마냥 뒷짐지고 지켜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세계 시장이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 민간시장 위축이 불보듯 뻔한 RPS도입을 운운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내수시장이 없어 속절없이 고꾸라지는 중국을 지켜봤다면 면밀한 분석을 통해 내수시장을 진작할 방법부터 찾는게 순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업화와 보급을 별개로 보는 정부 시각부터 수정했으면 한다. 산업화는 내수시장이라는 모유를 먹고 성장한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R&D 예산만 늘린다고 하루아침에 웃자라지 않는다.

 

올해로 초기 산업화에 기여한 태양광 보급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민간시장의 시장 진입을 유도한 발전차액지원제의 공이 크다. 국산화를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일견 동의하지만 과잉보호는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로 중대 기로에 선 우리 태양광 시장의 힘을 북돋을 특단의 정부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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