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에경硏 선임연구원, 수시연구보고서 통해 '경쟁확대' 역설

에너지산업 전반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가 어떤 경쟁체제를 추구하든 정부 주도의 사업영역을 보다 많은 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김기중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에너지 부문에서의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 여건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수시연구보고서에서 "겉으로는 민간참여를 외치면서 안으로는 기존사업자인 공기업을 통해 산업정책을 시행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민간주도 시장경제로의 이행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전력, 가스, 지역난방, 자원개발사업 등 모든 에너지 영역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이에 대한 충실한 분석을 바탕에 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며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업들은 ▲재화나 용역의 보급 확대를 위한 독점사업권 ▲비구속적인 손실보전 의무 ▲정부의 신용보증 ▲사업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포획지분 설정 ▲정부의 직간접 보조를 통한 파산위험 면제 ▲각종 조세 및 준조세의 감면 등의 민간기업과 차별되는 특전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기업들은 경쟁시장에서 민간기업보다 더 공격적인 반경쟁적 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실제로 적절한 억제장치가 없을 경우 다양한 반경쟁적 행위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면 공기업들은 민간기업을 배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거나 민간기업의 사업영역까지 침투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필수수요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진입장벽을 설정하거나 경쟁자의 비용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공기업은 일정 지역의 공급가격에 대해 교차보조를 주면서 민간기업이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이하 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규모의 확대와 이윤추구를 동시에 고려하는 공기업의 최적화 모형은 경쟁시장에서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더 공격적인 반경쟁적 행위에 나서도록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평가에 초점을 둔 공공기관운영법이 공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의 경쟁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공기업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공기업은 주무부처의 산업 정책에 따라 산업이나 시장 여건이 달라지고 있지만 공정거래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과 주무부처의 조정명령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특정 산업에 대한 경쟁도입이 주무부처와 기획재정부간의 이해관계가 따라 표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가스산업 구조개편(경쟁도입) 정책의 경우 민간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자는 지식경제부의 입장과 공공기관운영법 틀 안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달라 장기간 표류해 왔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선진화계획은 여전히 공운법 틀 안에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평가 및 이에 근거한 공기업의 기능조정 접근방식을 채택, 공기업과 민간기업 사이 공정경쟁 여건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아가자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호주는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이 경쟁중립원칙이 훼손될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하는 탄원절차를 연방정부나 주정부 등 모든 정부 수준에서 밟도록 함으로써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과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기업들은 공정경쟁에 대한 명뮨규정이 미비해 경쟁대상 민간기업에 대해 반경쟁적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국민경제의 비효율을 초래하므로 이를 시정하는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경연의 보고서는 관리ㆍ감독의 주체와 대상, 즉 정부와 공기업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는 특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감독 대상인 공기업을 배려한 정책을 추진하게 되고, 이 과정에 공기업은 미리 정부의 정책을 간파하게 돼 민간기업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고서는 "민간부문의 역량이 크게 성장한 상황에서 경쟁정책도 진화해야 하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등으로 민간의 역량을 육성하고 활용하지 않으면서 정부주도로 산업을 운용하는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성찰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에너지 공기업이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구축하고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은 분명하지만 기간산업 또는 공익사업을 공기업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 지역난방 등 일부 에너지 서비스를 '공공재'로 부르는 오류도 에너지 부문의 민간참여 활성화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에너지 부문에 보다 많은 경쟁이 도입될 경우 이 경쟁은 바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기중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가 민간주도형 시장경제이건 공기업의 역할을 일정부문 유지하는 체제이건 간에 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는 경쟁에 대한 노출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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