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활성화 따라 수혜 대상 달라져 / 저가경쟁ㆍ쏠림현상ㆍ소비자부담 증가 '복병'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강제하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전면도입이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정부는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을 손질해 관련 근거를 삽입했다. 불과 1년전 검토단계에 머물던 RPS도입 논의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촉진법에서 "에너지 공급자에게 공급하는 에너지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한다"며 "의무화 대상은 '전기사업자', '집단에너지사업자'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에너지공급 사업자"라고 명시했다.

 

이어 "의무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의무공급량, 대상별, 연도별 의무공급량, 에너지원별 의무공급량 및 가중치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토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자에 대하여서는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못박아 RPS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당면한 RPS 도입에 따른 산업환경 변화와 문제점, 시장의 대응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 발전차액제 → RPS, 시장환경 어떻게 변하나

 

RPS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자의 총 공급량 가운데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의무화하는 제도다. 정부가 정한 의무량을 발전사업자 등의 달성 주체가 일정 기간내에 채우도록 하고, 이를 완수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의무대상자는 직접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거나 타 사업자의 실적(인증서.REC)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REC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인증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함과 동시에 얻게 되는 일종의 공인된 보급 실적이다.

 

이같은 RPS 메커니즘에 따라 정부가 RPS를 본격 추진하면 우선 REC가 유통되는 새로운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RPS 도입 초기년도에 의무량(전체발전량중 신재생발전량)을 3%가량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막대한 자체 투자를 통해 이 의무량을 달성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초기시장은

REC거래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력이 자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전력그룹사가 첫 해 목표인 3%(가정)를 달성하려면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외부에서 REC를 사들인다해도 한 해 9000억원이 든다. 따라서 민간 참여자들은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REC시장 선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시장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일시에 관(官) 주도로 전환되면서 사업자들의 시장 경쟁이 극심해 질 것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발전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 공기업은 비용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목표달성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 민간부문의 저가ㆍ출혈경쟁이 일어나면 민간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물러날 우려도 크다. 민간 사업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공기업과의 장기계약을 활용하고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참여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 RPS 전면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까지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FIT)를 통해 초기시장 조성을 유인해 왔다. FIT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에 정부가 일정 가격을 매겨 이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다.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시장에서 보급량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반면 RPS는 정부가 발전 의무량(보급량)을 결정하고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FIT가 가격조정제도라면 RPS는 수요조정제도인 것이다. 보급량을 미리 정하고 강제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정책 목표달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해 온 FIT를 축소하고 RPS도입을 서두르는 표면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RPS가 신재생에너지 성장정책에 대한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FIT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장기 가격을 보장해 시장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특징을 갖지만 RPS는 생산비용 감축을 위한 과당경쟁을 유발해 기술개발보다 저가 경쟁만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

 

물론 RPS의 성공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다. 미국과 영국, 스웨덴, 호주, 일본 등이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제도를 통해 보급량 확산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일부 국가는 발전단가가 싼 에너지원에 의무량이 쏠리고 민간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어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일례로 워싱턴 D.C를 비롯한 25개주에서 RPS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풍력이 달성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05년 FIT를 접고 RPS를 도입한 일본은 내수시장 위축이라는 복병을 만나 태양광 산업의 선두자리를 독일과 중국에 내주고 뒤늦게 FIT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RPS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진의는 보급량 조기달성이 아니라 예산부담 경감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로 인해 민간의 기술개발 의지가 꺾이고 국제경쟁력이 약화돼 결과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사업전략 어떻게 짜야하나

 

RPS제도의 수혜기업은 추진 시기별로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초기에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나 전력 연계 시스템 구축 등의 하드웨어 사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량을 부과받은 사업자들이 앞다퉈 직접 투자에 나설 경우 일시적으로 민간사업이 활성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설비ㆍ시스템 산업,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산업, 발전사업 컨설팅 등의 사업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REC거래가 활성화되는 중기에는 경쟁에 앞서 있는 발전사업자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는 후발 사업자와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의무대상기업과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초기 시장 참여자들 가운데 품질경쟁력을 갖춘 설비사업자들과 IT기술을 응용한 전력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REC거래가 안정화되는 후기에는 의무대상자인 전력사업자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시장 가격 조정으로 REC 구매 비용이 합리화되고 더 많은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로 인해 비용 감축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표 달성 전 과정에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전기요금에 전가시킬 경우 결국 이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지불하고 있는 국민이 이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관계자는 "의무량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가, 비용보전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민간 부문의 시장 위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정부의 고민"이라면서 "소비자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산업화는 R&D를 강화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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