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수 이용 히트펌프ㆍ천연가스 냉열 냉방ㆍ태양열 난방 등 다양

캐나다 제2의 도시인 토론토에는 평균 수심이 91m에 달하는 온타리오호가 있다. 이 호수의 심층부 수온은 연평균 4℃를 유지한다. 토론토는 이 호수 수심 83m 지점부터 해안까지 약 8km에 걸쳐 직경이 2m가 넘는 초대형 급수 파이프를 설치했다. 심층부에서 물을 끌어올려 도심에 용수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파이프는 단순한 용수공급용 수도관이 아니다. 호수 인근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거쳐 지나가면서 연중 60MW의 냉방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이 덕에 인근 시청과 공항, 호텔, 병원 등의 30여개 대형빌딩은 여름내내 냉방비를 걱정하지 않고 찬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크리스 스노쿠 국제에너지기구 지역난방 집행위원은 "고품질의 에너지를 저품질의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면서 "토론토의 심층수 냉방은 지역내에서 냉방에너지를 해결하고 적절한 품질의 에너지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로 에너지를 충당해 온 집단에너지가 다양한 미활용 에너지원과 손잡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강물의 심층수를 이용해 지역냉방을 공급하는 토론토의 사례를 비롯 히트펌프, 천연가스 냉열 활용, 태양열 지역난방 등의 신개념 하이브리드 집단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하수처리장은 발전소다" … 히트펌프의 재발견

 

하수처리장은 각 가정과 상업시설, 공장에서 흘러든 폐수가 모여드는 장소다. 그런데 악취를 풍기며 이곳으로 흘러든 폐수도 알고 보면 다량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미활용 에너지원의 하나다. 하수는 하절기에는 대기온도보다 수온이 낮고 반대로 동절기에는 온수가 포함돼 있어 대기온도보다 높은 특징이 있다.

 

이같은 온도차 에너지의 특징에 착안해 개발된 기기가 바로 히트펌프다. 일찍이 일본은 하수와 같은 미활용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히트펌프 시설을 도처에 설치했다. 일례로 도쿄도는 1997년 가쓰시카구 고스게 하수처리장을 비롯 모두 7곳에 가스흡수식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도호쿠(東北)전력은 모리오카시 JR역에 심야전력을 이용한 열펌프 시설과 히트펌프를 설치해 인근 공공건물에 48℃의 온수와 7℃의 냉수를 공급하고 있다.

 

항온성이 높은 바닷물을 이용한 선진국 사례도 있다. 스웨덴 스톡홀롬은 아예 인접한 발틱해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을 데워 활용하고 있다. 운영시간이 25년을 경과했지만 고장 한 번 없이 여전히 높은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하수잠열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용인시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드는 하수파이프 계통에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이 히트펌프는 미지근한 하수열을 흡수해 약 70℃의 온수로 덥히고, 공사는 이를 기존 열원시설(PLB)로 재가열해 115℃의 온수를 수용가로 공급하고 있다.

 

아직 규모가 작고 시스템 설치비가 고가인 점이 흠이지만 하수잠열을 이용한 지역난방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뒤질새라 서울시 산하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도 서남하수처리장에 히트펌프를 설치, 향후 건설될 마곡 R&D센터에 지역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업단에 따르면 서남처리장의 방류수 현열을 이용할 경우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주변지역에 충분한 냉.난방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사업단 사업개발실 관계자는 "서남하수처리장 방류수는 시간당 234Gcal로의 열에너지를 품고 있다"며

"50Gcal 온수 보일러 2대와 히트펌프를 연계 설치하면 217Gcal를 요구하는 이 지역 열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리기 아까운 천연가스 냉열 활용

 

LNG 선박을 이용해 수입된 천연가스는 - 160℃로 생산기지에 저장된다. 이를 다시 도시가스로 전환하면 kg당 200kcal의 냉열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때 생산되는 냉열은 같은 양의 얼음이 녹을 때 발생하는 냉열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 냉열은 대량소비처와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렇게 미활용된 에너지의 경제적 가치가 한 해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막대한 양의 냉방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천연가스의 저온성을 이용해 ▲식품을 저장하는 냉동창고 ▲LNG 기화시 발생된 팽창 에너지를 이용한 냉열발전 ▲폐타이어 등의 폐기물을 저온으로 분쇄하는 재활용 사업 ▲지역 수요처에 냉열을 공급하는 지역냉방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천연가스 냉열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코오롱과 가스공사 합작사인 크리오텍이란 재활용업체다. 크리오텍은 2005년 가스공사 통영기지에 월 2200톤 규모의 냉열을 이용한 냉동분쇄 공장을 건립, 폐타이어, 고무플라스틱 등의 원재료를 고무분말로 만드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 냉열을 활용한 에너지 기술은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기술로는 전체 냉열량의 30%밖에 활용할 수 없고 천연가스 송출량이 시간대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다.

 

태양열ㆍ태양광도 집단에너지와 찰떡 궁합


최근 집단에너지 업계는 태양열, 바이오, 폐기물 등의 신재생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역난방공사는 2007년 분당 사옥에 태양열을 이용한 최초의 집단에너지 시설을 설치했다.

 

수용가를 거쳐 돌아온 55~65℃의 지역난방수 환수를 집열기에서 87~100℃로 가열해 이를 다시 공급관에 되돌려 보내는 시스템으로, 저온에 적합한 평판형 집열기에서 최대 75℃까지 1차 가열하고 진공관 집열기에서 90℃ 전후로 재차 데우는 방식이다.

 

실증사업에 참여한 백남춘 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집열면적 1069㎡규모의 실증시스템에서 한 해 원유 60톤에 해당하는 500~600Gcal의 열량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태양열을 이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캐나다 오코턱스라는 마을의 52개 주택은 여름철 태양열을 땅 속에 보관했다가 한 겨울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 35m에 묻힌 열탱크에서 온수를 뽑아 난방의 19%를 해결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 여의도 크기의 'Carbon-free city(탄소배출 '0' 도시)'를 짓고 있다. 화석에너지 사용 없이 태양광, 태양열, 지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대부분의 전력을 해결하되 부족한 에너지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태워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이승복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단장은 "공동주택의 경우 환기부하 최소화, 친환경 건축소재 개발, 태양열ㆍ태양광 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당장이라도 최소 42.9%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며 "빌딩이 대부분인 우리 실정에 맞는 고효율 건축시스템과 기술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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