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몰린 도시가스사 맞대응 예고 … 경제성ㆍ열효율 논란 불지필 듯

지역난방업계가 집단에너지 확대란 정부 정책을 등에 업고 도시가스 사업영역을 시나브로 잠식해 가고 있는 가운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도시가스업계가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그간 도시가스업계는 자신들의 고유 사업권역에 대한 지역난방업계의 침범을 사업의 영속성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적절한 방어선을 구축하거나 직접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는 지역난방업계의 시장잠식 속도와 전략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시장 장악을 노리는 지역난방의 '창'을 도시가스가 어떻게 제압하고 수성에 나설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도시가스 업계 위기의식 고조

 

도시가스사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으로는 온난화로 인한 난방수요 감소에 근심이 쌓여가고, 밖으로는 난방시장을 놓고 지역난방과 벌이는 신경전에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도시가스업계의 위기의식은 최근 들어 한층 고조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성에 입각해 영역을 늘려가겠다던 지역난방업계가 부지불식간에 고유영역을 잠식하더니 급기야 잠재시장까지 선점하면서 도시가스의 입지를 좁혀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난방은 지난 한 해 새로 조성될 뉴타운이나 수도권 일대 신도시의 난방사업권을 선점하면서 모처럼 수요확대를 꾀했던 인접 도시가스사들에 좌절감을 안겨줬다.

 

과거에는 도시가스의 틈새시장을 지역난방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도시가스 시장의 외연을 지역난방이 포위해 나가는 형국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도시가스사 한 관계자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상승하면서 업계의 수익률은 4%도 안되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지역난방과의 대결은 공룡과의 싸움과도 같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도시가스사 관계자도 "지역난방이 무조건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전제 아래 정부가 면밀한 검증없이 확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지역난방을 늘려나가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득될 게 없다"고 말했다.


◆ 지역난방의 경제성 제대로 알릴 것

 

도시가스사들은 '지역난방이 결코 싸지 않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도시가스 사업자들은 개별난방의 장점과 경제성을 설명하는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ㆍ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홍보물을 통해 지역난방 업계가 홍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낮은 연료비 부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허구를 낱낱히 지적해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도시가스사가 수용가에 가장 호소하고 싶은 대목은 난방비 부담차다. 도시가스 사용가가 순수 난방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결코 지역난방보다 비싸지 않으며, 오히려 중앙공급 방식이 더 비쌀 수도 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지역난방(중앙난방) 요금은 세대별 난방비와 공동난방비, 급탕비 등이 포함돼 요금고지서가 나간다. 취사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은 물론 취사용으로 사용한 도시가스까지 합산해 요금이 청구되므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지역난방은 취사용 도시가스 요금을 별도로 지불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적게 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순수 난방비를 따져 지역난방과 도시가스를 비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도시가스 업계는 '지역난방이 공급되는 수용가의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지역난방 업계의 홍보도 제동을 걸 예정이다. 일부 지역난방 공급지역의 짒값이 높은 이유는 지역난방의 경제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주변 여건, 교통편 등의 지리적 요건이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지역난방이 입맛에 맞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결부시켜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지역난방 측에서 예로 든 지역의 입지조건을 따져보면 집값과 지역난방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일러사는 열효율 논쟁 불 댕겨

 

도시가스 사업이 위축되면서 덩달아 타격을 입은 보일러사들도 지역난방을 향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보일러업계는 열효율에서 지역난방이 개별난방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지역난방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A 보일러사의 한 관계자는 "콘덴싱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별보일러의 열효율이 98%를 넘어섰다"며 "공급과정과 옥내 배관에서 일어나는 열손실을 따져보면 지역난방이 무조건 효율이 높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학계에서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난방이 고효율 개별난방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열효율을 언급하면 할수록 지역난방은 스스로 해명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일러사들은 중앙 공급식 지역난방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난방기호를 충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B 보일러사 관계자는 "각 세대별로, 가구 구성원별로 난방에 대한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다. 노인층은 뜨거운 온돌방을, 젊은 세대는 쾌적한 정도의 난방을 찾는 식"이라면서 "일정한 온도로 난방수를 공급하는 지역난방은 이처럼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시장은 새로 건설되는 건물이 차지하는 신규시장, 내구 연한이 다 된 노후보일러를 교체하는 교체시장,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발굴하는 개ㆍ보수 시장, 지역(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는 역전환 시장 등으로 구분된다.

 

업계는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역전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올 한해 수요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 끝나지 않은 난방업계간 분쟁

 

도시가스사들은 지역난방사의 열원용 도시가스 공급 거부, 취사용 도시가스 공급 거부 등의 소극적 방법으로 지역난방 확대를 저지해 왔다. 당분간 이같은 방식의 저항은 지역난방 확대 속도를 상당기간 늦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D도시가스사는 2005년 서울 서초지역에 대한 지역난방 열원 공급을 거부하다가 지역난방공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결국 도시가스를 공급했다. S사는 여의도 진출을 노리는 지역난방사의 도시가스 공급요구를 들어주지 않다가 감사원과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자 "2013년 배관을 늘린 후에나 공급이 가능하다"고 회신을 줬다.

 

S사는 특히 서울 은평뉴타운 진출을 시도하는 지역난방공사의 도시가스 공급요구를 거부해 공사가 은평열원을 취소하고 인근 삼송열원에서 열을 공급 받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D사, S사, C사, R사 등은 지역난방이 열원을 공급하는 성남, 화성, 고양, 파주, 용인, 청주 지역 등에 취사용 도시가스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버텼으나 2007년 정부가 도시가스사업법에 공급의무 조항을 추가하자 결국 빗장을 풀었다.

 

C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난방수요는 한난이 차지하면서 많은 예산을 들여 배관을 설치해도 수요가 적은 취사용은 도시가스사가 책임지라는 얘기냐"라면서 "정부는 공정한 경쟁여건을 조성해줘야 할 의무도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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