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기상청 기획재정담당관

2008년말, 서브모기지론에 문제가 생기면서 출발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즉각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세상은 복잡해졌다.

 

미국이 진앙지인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국제적인 금융 불안 사태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처하고 있지만 신흥국가들은 그렇지 못한다. 이렇듯 글로벌 위기는 원인제공자와 피해자는 서로 다른 국가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후변화도 예외는 아닌데 이는 사회, 경제, 정치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복잡하고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까닭에 인류가 영영 그 해법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정책과정 참여자의 확대
1950년대와 60년대의 산업시대에는 정책결정이 행정부, 입법부, 이익집단의 이른바 폐쇄적 3각 관계에 의해 결정됐다.

 

그러나 이러한 모형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책과정의 복잡성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어 시민 집단의 증가, 집단간 갈등이 발생됐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하는 대학 및 기타 연구기관과 정부 내의 “전문가”들 그룹이 부상하게 됐다.

 

기후변화문제는 특히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이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정책 결정의 기초 정보를 가진 전문가 그룹과 현실적인 정책결정을 하는 그룹과는 입장이 서로 달라 긴밀한 상호작용에도 한계가 있다. 그 간격을 좁히는 역할은 NGO 등  시민집단이나 언론이 수행하게 된다.

 

전문가의 역할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했던 미국의 진짜 이유는 자국 사업자의 보호에 있다고 하겠지만 공식적인 이유는 기후변화가 인위적인 인간의 행위에서 온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고 각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기후변화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쉽게 해법을 찾기가 힘든 이유에 대해 구프와 샤클리(Gough & Shackley, 2001)는 기후변화가 공간적으로 전지구촌에 시계열상 너무 길게 걸쳐 있어 오존층 파괴나 다른 환경문제와는 달리 단일 혹은 소수의 책임자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며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과학적 증거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담론만으로는 정당성 확보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구촌 규모의 인위적 기후변화는 국가적 수준의 해결로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많고 지속적으로 변천해 왔으며 해결할 수 있는 기존의 정책, 기술, 실천계획에 의한 단일의 명백한 대안은 현재까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교토의정서 채택의 기초가 됐던 IPCC 2차보고서(1996)는 기후변화에 대해 식별이 가능하며 인위적인 행동이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수준이었는데 미국이 교토의정서 불참선언을 하는데 조그마한 빌미를 제공했던 3차보고서(2001)는 그 가능성이 66%이상(likely)으로 상향됐다.

 

최근 4차보고서(2007)에서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성을 90% 이상(very likely)으로 담보함으로써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로써 미국의 불참 논리가 됐던 과학적 근거 부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학자의 전문적 지식이 지구촌 공동체적 정책의 실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과학에 거는 기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자원 · 환경 위기의 시대에 있어 기후변화의 과학적 결과에 근거한 ‘녹색 성장’은 우리 미래의 희망이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과학은 우리에게 썩 익숙한 단어는 아니다.

 

지난 8월 입법예고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안)에 따르면 “기후변화과학”이라 함은 기후변화의 감시 · 탐지 · 분석 및 예측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후변화 적응이나 온실가스 저감과는 상대적인 의미이다.

 

금년은 우리나라가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 예측과 원인규명 등 기후변화과학에 대한 역량을 조속히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최신지식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 정책과정의 참여자는 과학자가 제공한 정보를 판단 할 수 있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은 일상의 삶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자하는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과학적 논리가 뒷받침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일자리 창출이 요구되는 시기에 기후변화과학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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