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

지난 8월 정부가 “저탄소 녹색 성장”을 주창한 이래 중앙정부건 지자체건 모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날 저탄소는 곧 성장에 대한 제약으로 이해하던 시절과 사뭇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저탄소’가 이제는 더 이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 동력이 된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지구 온난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저탄소 사회가 도래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저탄소와 경제성장이 과거의 긴장관계를 풀고 이제 동반자 관계로 변했다는 것인가?

 

진정 저탄소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이제는 달성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나타난 것인가?


‘저탄소’와 성장이 서로 상쇄하는 (trade-off)관계가 되지 않으려면 단위 GDP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즉 GDP 대비 탄소 원단위(carbon intensity)가 충분히 낮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산업구조가 저탄소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철강이나 시멘트처럼 온실가스 발생이 많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 저탄소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탄소 원단위를 낮출 것인가? 탄소 원단위는 한 나라의 온실가스 총 발생량을 그 나라의 총생산액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를 낮추려면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거나 GDP를 대폭 올리는 수밖에 없다. GDP는 노동 생산성이나 해외 수요 등 여러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탄소 원단위를 낮추는 확실한 길은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는 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저탄소 체제로 조정하는 일부터 중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는 일,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저탄소 상품을 우선 소비하는 일까지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모든 방법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가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느냐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통제할 수 없다. (We can not control what we can not measure.) 국가 단위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는 총 투입된 에너지 총량을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각 기업별로 또 개인별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에 관한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모른다면 어떻게 ‘저탄소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진정으로 저탄소 사회를 만들려 한다면 우선 우리가 각 단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실질적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중앙정부에서는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하고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 시민의 개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것이야말로 저탄소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나 기업의 배출 자료를 계산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나 올바른 정책 입안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올바른 배출 통계 확보라는 관점에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가 수행하는 기업의 온실가스 정보공개 방법론은 이미 유엔의 지지를 받는 국제 기준이 되고 있어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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