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본협상중 3차 진행해도 진전 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이 5차례의 본협상중 3차까지 진행됐지만 아직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1차와 7월 2차를 거쳐 미국 시애틀에서 진행된 3차 협상은 협상  일정으로만 보면 반환점을 맞았다는 점과 양국의 관세 개방안(양허안)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반환점을 돈 한미FTA 협상은 아직 주요 쟁점 측면에서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 가속도 붙지 않는 협상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9일(현지시각) 3차협상을 끝낸 뒤  시애틀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최소한 멀리서나마 한미FTA의 윤곽은 그릴 수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어왔지만 협상결과는 그렇지 못했다는 자평을 내렸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도 이날 일부 진전 사항을 소개하면서 "솔직히  이번에 좀 더 진전이 있었으면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협상 속도가 더딘 것은 개성공단, 의약품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가 어려운데다 상품-섬유-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싸고도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벌어져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일정대로 5차례 협상을 통해 연내 타결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커틀러 수석대표는 "연내에 끝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고 김종훈 수석대표는 "제자리걸음을 할 때가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미국측과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까지의 협상 속도는 다소 미흡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양측은 협상속도를 더 내기 위해 3차와 4차협상 사이에  의약품,  원산지, 지적재산권 등을 다루는 이른바 `3.5차 회의'를 화상회의 등의 방식으로 갖기로  했다.

   
◆ 주고받기 본격화 이제 시작
   
미국은 3차 협상 기간에 상품과 섬유 분야 관세 개방안(양허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우리측은 이 역시 미흡하다며 거부의사를 표명한 상태이지만  미국측의  수정안 제시는 이른바 주고받기 협상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측은 우리의 농산물 개방안에 대해 수정안 제시를 요구한 상태이며 심지어 상품 개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우리 정부는 4차 협상 전에 농산물 분야의 수정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단은 쌀이나 쇠고기 등 민감품목을 빼고 옥수수, 밀, 사료용 콩 등 비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개방 속도를 앞당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주고받기 협상을 통해 가속도를 내는 것도 당분간은 쉽지 않겠지만 양측의 주고받기 시도는 10월 23∼27일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4차 협상 등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주고받기 협상 대상으로 거론되는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무역구제, 의약품 등 문제는 실무 협상단의 손을 떠나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 회담 등을 통해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점쳐질 만큼 다루히 힘든 과제다.

   
◆ 한발두발 진척은 있다
   
우리 협상단의 성과 중 하나는 협정문을 영어본과 한글본으로 작성, 상호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접근시킨 점이다.

   
또 미국이 전문직 자격의 상호인정 추진을 위한 협의체계 마련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사를 보인 것도 성과로 꼽힌다.

   
아울러 미국은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 케이블.위성 TV 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확대를 요구했으나 공중파 방송의 지분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금융 분야 국경간 거래에서 미국의 관심 분야가 보험중개업과 자산운용업  등으로 좁혀진 점을 확인한 것도 다소의 진전이다.

   
특히 양국은 보험중개업의 국경간 거래와 관련, 미국의 보험회사가  만든  모든 보험상품을 한국에서 국경간 거래로 중개 판매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며 해당 상품은 항공.선박의 수출입적하보험, 재보험, 우주선 발사보험 등이 될 것이라고 협상단은 설명했다.

   
자산운용업의 국경간 거래에서는 미국 자산운용사가 우리나라에서 펀드를 직접 설립하거나 모집, 광고하는 것은 금지하되 이미 설립된 펀드의 자산을 미국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국책금융기관의 경우 기본적으로 FTA협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민간 금융기관과 경쟁을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려를 통해  구체적인  예외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통관분야에서는 양국이 전자방식의 원산지 증명을 상호 인정하고, 기술장벽(TBT) 분야는 상품이나 기기 등에 대한 정부 관할 품질검증의 상호인증에  대해  일정부분 유용성을 인정하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밖에 노동 분야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상대국 노동법 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의제기를 할 경우 당사국이 협의에 응하는 기한을 30일로 정하고 환경  분야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협력 체계를 별도로 설정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경쟁분과에서는 미측이 '재벌'에 대해 공정거래법의 동등한 적용을 별도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행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독점  및  공기업에 대한 협정상 의무는 독점 기업 등의 설립취지에 부합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원칙에 동의했다.

   
그러나 대부분 진전사항들은 해석 등을 둘러싸고 경미한 의견차를 보이는  부분이나 이해관계가 크지않은 사항들이다.

   
◆ 주요 쟁점 이견은 여전..신약 특허 강화 협의 진행
   
농산물과 섬유시장 개방폭 등 핵심 쟁점은 물론 양국간 주요 현안은 아직 미결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시스템) 시행을 위한 세부사항 협의와 더불어 신약 특허권 보호에 대한 협의가 이번 협상부터 본격  진행됐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측이 우리 나라의 배기량별 기준 세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우리는 불가입장을 유지했으며 우리측 관심분야인 반덤핑 남용의 개선에 대해 협상 자세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미국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반덤핑 등의  제도를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둘러싼 신경전도 지속됐다
   

또 투자분야의 일시 세이프가드 조항,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적용대상, 통신분야 기술선택의 자율성 등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하고 노동분야의 경우도  공중의견제출제도, 분쟁해결 절차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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