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자금 활용 상장사 지분 상승…'각별한 예우'

최근 적립식 펀드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사들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대주주로서 특별한 예우를 받고 있다.

 

이는 운용사들이 올 들어 적립식 펀드로 모은 10조 이상의 막강한 자금을 상장사의 주식에 투자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그 지분율에 현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외국인투자자들만 우대하던 대기업들도 덩치가 큰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특별 관리에 나서는 등 기업과 운용사 간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 자산운용사, 대기업 호령=11일 증권선물거래소 및 증권.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10대그룹 계열사들은 총 14개에 이른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삼성정밀화학, 호텔신라,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으로 7개에 달했으며 여타그룹은  ▲SK가  SK케미칼과 SKC ▲LG는 LG상사와 데이콤 ▲롯데는 롯데삼강 ▲한진의 대한항공 ▲두산의 삼화왕관 등이다.

 

제일모직은 미래에셋투자자문과 한국투신운용이 각각 9.44%, 6.32%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신라는 미래에셋투자자문(8.37%), 미래에셋투신운용(5.00%), 한국투신운용 (11.85%) 등이 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3개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호텔신라 지분은 25%를 웃돈다.

 

미래에셋투자자문은 또 SK케미칼(5.80%), SKC(7.75%), LG상사(6.18%), 데이콤(6.29%) 등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롯데삼강은 랜드마크자산운용(8.51%), 삼성투신운용(5.41%), 한국투신운용(8.42%) 등이 지분을 대거 사들였으며, 삼화왕관은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 9.28%나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가 대량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 또한 수직 상승세를 탔다. 제일모직 주가는 외국인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올 들어서만 40.9% 상승했다. 삼성테크윈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로 올 들어  현재까지  100%의 상승률을 올리고 있다.

 

◇운용사.매니저 대접 확 달라져 = 이처럼 운용사의 힘이 커지면서 기업들과 운용사(펀드매니저) 간 관계도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펀드매니저들의 투자대상 기업과의 접촉 기회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과거 보유 지분율이 낮을 때 펀드매니저들의 탐방 요청을 외면하던 기업들도 최근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며 실적 발표 등 특별한 현안이 없을 때도 이례적으로 큰 손 운용사를 직접 찾아가 경영현황을 설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만 대상으로 해오던 소규모 기업설명회(Non-deal Road show)를 올 들어 처음으로 국내 운용사 대상으로도 도입, 정기적으로 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또 운용사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매니저들과 접촉하는 기업들의 자세도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에는 IR 담당 실무자가 담당하던 국내 펀드매니저 접촉에 최근에는 최고 재무책임자(CFO) 혹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선다는 것.

 

A자산운용사의 팀장급 펀드매니저는 "실적 발표를 하거나 지분 매각 등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가 아니고는 IR 담당자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지만 지분율이 높아진 뒤로는 접촉 기회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달에 적어도 2∼3개 정도의 기업이 운용사를 직접 찾아와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매니저들의 요구 사항을 청취해 정보 획득은 물론 수익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낼 기회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이에 대해 국내 운용사 입장에선 외국인처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에 배당 등을 요구하는 등의 주주권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기업의 경우는 주가 관리뿐 아니라 경영권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백기사 역할)으로 운용사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는 양자가 윈윈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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