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자로서 정치, 경제적인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현재 3% 수준인 자국의 대(對) 아시아 석유와 가스 공급량을 향후 10~15년내에 3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30%’ 공급목표를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밝혔다.

 

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외국 학자와 언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쪽(아시아)과의 에너지 연계 전망은 “매우 좋으며” 태평양과 접해있는 러시아로서도 아시아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천연의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에너지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도 더 많은 여력을 갖고 있으며, 이제까지 책임질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런 제스처는 기존의 최대 수요자인 유럽에는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의 대 아시아 공급물량 확대가 거꾸로 대 유럽 공급 축소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 이 때문에 석유 산업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아시아쪽으로 연결되는 송유관을 채울 수 있는 충분한 유전을 찾으려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게 FT의 설명이다.

 

이밖에 러시아는 대 아시아 공급물량 확대 카드로 유럽연합(EU)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들이 역내 시장에서 에너지 자원 및 수송 인프라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면서도 러시아에는 개방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EU가 러시아에 파이프 라인을 연결해 원유와 가스를 공급받고 있다면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혜택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와 관련해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대화를 서구 유럽에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프랑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EU 핵에너지 공급시장에도 참여의지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독점회사인 가즈프롬은 이미 영국의 전력 및 가스공급사인 센트리카에 대한 매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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